2008년 1월 7일
가야봉 정상에서 일몰을 바라보다.
힘겹게 오른 가야봉 정상에서 가뿐숨을 고르고 나니 서편 하늘에 한폭의 그림이 깔린다.
어둠에 덮혀가는 산과 물위에 비친 붉은 태양의 조화가 이루어내는 이 아름다운 광경은 여기 가야봉이 아니라면 또 어디서 볼수 있으랴.
산이 내게 이런 멋진 광경을 선물하는데 어찌 산을 찾지 않을수 있겠는가?
길을 잃고 헤메다 정확히 한시간 십분만에 표지기 하나를 발견한다.
얼마나 반갑던지 기쁜 마음에 내표지기도 나란히 걸어둔다.
내 표지기 1호다.
표지기 내용처럼 산도 츤츠니 타고 , 삶도 츤츠니 살자.
다만 츤츠니 가되 알차게 가자.
그나저나 저 표지기 1호를 다시 볼수 있을까?
하산중 날은 저물고 사방은 어둠속에 묻힌다.
으스스한 한기를 느끼며 한참을 진행하다 문득 돌아보니 한번 와봤던 곳이다.
2대천자지지로 알려진 유명한 명당터 남연군묘다.
남연군은 흥선대원군의 아버지로 풍수지리를 신봉하던 그가 이곳에 있던 가야사를 불태워 없애고 자신의 아버지묘를 이곳으로 이장해 왔단다.
인적도 없고 사방은 어둠속에 묻혀 스산한 바람만 분다.
한참을 서서 생각에 잠긴다.
가슴속에서 뭔가 뭉클한 것이 치밀고 올라와 콧등을 시리게 한다.
아버지가 한없이 그립다.
너무 보고싶다.
7년전 아버지와 함께한 마지막 여행지중 한곳이 이곳이었다.
이제 내겐 엄마밖에 안계신다.
좀 더 자주 찾아 뵙자.
금북정맥 스믈두번째
까치고개-홍동산-육괴정-덕숭산-나본들고개-뒷산-가야봉-남연군묘-상가리마을회관
오늘 산행은 초반부터 헤멘다.
지난번 길을 잃은 곳에서 40여분을 헤멨지만 결국은 길찾기를 포기하고 오로지 감에 맡겨보기로 한다.
허나 오늘은 감마저도 통하지 않는다.
다시 시작해야겠다는 마음으로 무작정 마을로 내려선다.
중계리쯤으로 생각하고 내려섰더니 왠걸 낙상리란 동네다.
겨우겨우 마루금에 다시 올라섰을땐 이미 한시간 십분이나 흐른 뒤다.
오늘 구간은 금북정맥 전 구간을 통틀어 최고의 구간으로 꼽고 싶다.
해발 600m를 넘나드는 수많은 암봉들과 어디다 내놔도 손색없을 가야봉,석문봉,원효봉 그리고 옥양봉등 명산들이 연이어 맞는다.
거기다 뽀너스로 가야봉에서의 일몰까지.......
꼭 한번 다시 찾고 싶은 곳이다.
석문봉을 코앞에 두고 아차 싶다.
급작스레 주위가 어두워지더니 어느곳에도 사람의 흔적은 보이지 않는다.
아쉬운대로 석문봉을 넘어 일락사로 내려서고 싶었으나 그건 나의 욕심일 뿐이었다.
무작정 내려선다.
600고지에서 내려가자니 거리도 만만찮고 다음에 오를일도 걱정이다.
지나번에 길만 안잃었어도 이렇게 아쉬운 하산길은 없었을텐데.........
어쨌든 오늘로서 금북정맥은 홍성을 벗어나 서산시 해미읍과 예산군 덕산면에 접어 든다.
예산군은 금북정맥을 좌,우 두고있는 유일한 고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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