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2009년 6월 20일 흙날

누  구 랑?   나혼저

어      딜?   비밀이여......

도상거리?   2.8km

소요시간?   2시간 25분

 

오늘은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다.

이른 아침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창밖을 내다 본다.

참으로 애매한 날씨다.

아무리 봐도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폭우가 내릴 하늘은 아니다.

그렇다고 예보를 아예 무시할만한 날씨도 아니다.

오긴 올거 같다.

한참을 그리 갈등을 하다가 다시 이불속으로 파고 들었다.

한숨 자고나서 여차하면 광덕산에라도 다녀올 심산 이었다.

 

얼마간을 자고 또 하늘을 내다 본다.

역시나 폭우가 쏟아질 하늘은 아니다.

하여 이번엔 나간다.

애초에 마음관 달리 오늘 내가 가고져 하는곳은 광덕산이 아니다.

나만이 알고 있는 그곳이다.

산삼이 나는 곳.

 

숲에 들자마자 이걸 만난다.

산삼일까?

아닐까?

나도 모르겠다.

캐봤다.

아니였다.

오가핀데 정말 산삼과 똑같이 생겼다.

초장부터 멋지게 한방 먹고 간다. 

 

본격적으로 숲에 들어 이런 숲속을 한참을 그리 오르락 내리락 했다.

 

간혹은 이렇게 숲속 오솔길이 나있는 안부에 떨어지기도 하며 여러개의 능선을 넘었다. 

 

깊은 숲속에 엉겅퀴 한포기가 외롭게 서었더라.

 

한참만에 이걸 또 본다.

사진 한방을 찍고는 이놈의 오가피가 또 사람을 농락하려 든다며 신경질적으로 밑둥쪽을 손으로 움켜 파냈다.

 

난 당연히 오가피라 생각 했다.

때문에 챙겨간 연장도 쓰지 않고 대충 그렇게 캐낸 거다.

 

근데 캐고보니 이게 정말 산삼 이데...........

보다시피 산삼 끄트머리 부분에 잔뿌리가 잘려 나간게 보일거다.

대충 캐서 그렇다.

아마도 이게 산삼인줄 알았다면 우선 산신령님께 삼배부터 드렸을 거다.

그리곤 챙겨간 연장을 이용해서 아주 조심스럽게 캤을 거다.

 

급한대로 잘려나간 잔뿌리를 찾아보려 조금더 헤쳐 봤지만 허사였다.

아껍다.

 

늦었지만 산신령님께 감사의 삼배를 드리고 아까 보였던 불경스런 행동에 대해서도 사죄했다.

 

어쨌거나 오늘도 산신령님께서 내게 좋은 선물을 하나 주셨다.

감사합니다.

 

산삼을 캐서 좋은거야 말해 뭣하랴마는.........

저걸 앞에 놓고보니 생각지도 않은 고민거리가 생긴다.

저걸 어째야 되는가 말이다.

눈에 밟히는 이가 너무 많다.

이 사람을 떠올리면 저사람이 밟히고 , 저사람을 떠올리면 이사람이 밟히고.........

소중한 이는 많은데 산삼은 한뿌리 뿐이다.

아마도 산신령님께서 나를 시험키 위해 일부러 이렇게 올때마다 한뿌리씩만 주시나 하는 생각도 든다.

 

장고끝에 결론을 내렸다.

사실 제작년에 두뿌리를 캤을때도 장인어른 건강이 그다지 좋질 못했었다.

내 사랑하는 사람이 비록 내색은 안했을지언정 두뿌리중 한뿌리는 혹여 장인어른께 가지 않을까 기대를 했을수도 있다.

작년에도 그랬다.

내 사랑하는 사람은 작년 만큼은 은근히 기대를 했을수도 있다.

근데 난 제작년에도 또 작년에도 내색조차 안했다.

그리곤 스스로 맘에 걸려 한마디 했다.

'내 다음에 또 산삼을 캐게 되면 그땐 꼭 장인어른 드리마' 라고..........

 

내 소중한 이들이여!

내맘 이해하지?

 

여기가 제작년에 처음으로 산삼과 눈을 맞췄던 곳이다.

 

여긴 작년에 한뿌리를 캤던 곳이고............

 

묵은 영지버섯도 뵌다.

이 묵은 영지버섯을 보니 생각나는게 하나 있다.

어느날 회사동료 하나가 십년묵은 영지버섯을 본적이 있는냐고 물어 온다.

없다고 답했다.

그랬더니 그 회사동료는 딱한번 봤댄다.

본인의 어머니께서 누군가에게 사오셨는데 그걸 파는이가 아주 귀한거라고 여러번 강조를 했단다.

실제로 크기도 바가지만 한게 그렇게 큰건 첨봤댄다.

 

그냥 웃었다.

난 진짜로 십년묵은 영지버섯을 본적이 없다.

아니 십년은 커녕 오년묵은 것도 본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볼순 없을거다.

왜냐하면 영지버섯은 한해살이 버섯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십년묵은 영지버섯은 존재할수가 없는거다.

그럼 바가지만큼 큰건 뭐냐고?

실제로 자연산 영지버섯은 대부분 잘다.

그렇다고 전부 작은건 아니다.

아주 간혹은 바가지만큼 큰것도 만난다.

하지만 영지버섯이 제아무리 커봐야 일년생 이상일수는 없는거다.

그게 자연의 섭리이기 때문이다.

사과나무에 유독 큰 사과가 열렸다고 그게 삼년전에 열린게 아니듯이 말이다.

 

요게 작년 7월경에 난 놈일테니 채 일년이 안된 놈이다.

꺽어보면 속은 저리 전부 썩어 있다.

이건 이미 약재로서의 가치를 잃은거다.

하물며 십년 묵으면 어찌될건지는 상상에 맡겨 보자. 

 

말나온거 하나만 더하자.

언젠가 인터넷서 보니 수년 묵은 자연산 마(요샌 참마라고 많이 하더라)를 판다는 사이트가 있더라.

십년가량 묵은거라며 굵직한 마 사진도 함께 올려논걸 봤다.

마라는 식물은 분명 십년도 혹은 백년도 묵을수 있다.

허나 마라는 식물이 제아무리 십년을 살고 백년을 산다해서 그 뿌리까지 십년되고 백년되는건 아니다.

마라는 식물은 해마다 뿌리를 새로 내리기 때문에 마가 제아무리 커도 일년이상 된놈은 아니라는 얘기다.

의심스러우면 산에가서 실제로 한번 캐보면 안다.

새뿌리 옆에 꼭 묵은 뿌리가 하나씩 있을거다.

그게 해마다 뿌리를 갈아서 그렇다.

 

어쩌다보니 너무 깊이 들어갔다.

누가 묻지도 않은 얘기를 왜이리 장황하게 늘어 놓고 있는건지 모르겠다.

암튼 속지 마세요.

십년묵은 영지버섯도 없구요.

십년묵은 마도 없습니다.

대신 도라지 잔대 하수오 더덕 인삼 혹은 장뇌삼 등은 있습니다.

 

누군가 치성을 드린 제단의 흔적도 보인다.

 

이리저리 살피고 댕기다 다시 아까 산삼을 캤던 자리로 돌아왔다.

이곳은 제작년에 캤던 자리서 직선으로 70m 거리다.

작년에 캤던곳선 90m 거리고........

세곳의 공통점은 참나무 숲이었고  , 모두 서쪽 사면 이었다.

또 그중의 두곳은 능선이 갈라지는 지점 , 그러니까 골짜기의 끝부분 이었다.

 

요게 또 사람을 헷갈리게 한다.

비록 생긴건 션찮어도 아무리봐도 산삼인거 같다.

 

줄기쪽을 보니 긴것도 같고 아닌것도 같고.........

참으로 모르겠다.

 

담쟁이 덩쿨잎을 따다가 비교해봐도 확실히 그건 아닌거 같다.

 

도저히 궁금해서 그냥은 못가겠다.

하여 캐봤다.

아녔다.

이렇게 또 속는다. 

 

어느 골짜기에 내려섰는데 이골도 참 깊다. 

 

비는 부슬부슬 내리고 사방으로 뵈는건 젖은숲 뿐이다.

이 깊은 산중에 사람이라곤 나혼저 뿐이고..........

가끔가다 이렇게 무섭다고 느껴질때가 있다.

 

돌아오는길 아까 처음에 속았던 오가피를 찾아 산삼과 비교해 본다.

왼쪽게 오가피고 오른쪽 두개가 산삼이다.

이게 구분이 가나?

난 안간다.

 

이번엔 줄기쪽을 보자.

구분이 가나?

난 당췌 모르겠다.

 

뿌리를 보자. 

이제사 구분이 간다.

내 실력으로 뿌리를 보기 전까진 도저히 구분을 못하겠다.

 

이게 '범의꼬리' 라는 꽃이지 아마? 

카메라만 좋다면 저 꽃끝에 맺힌 물방울까지 생생하게 잡아낼수 있으련만...........

아무튼 오늘 산행도 이렇게 간단히 마무리를 한다.

 

이쯤서 이실직고 하나 해야 되겠다.

사실 올초에도 산삼을 한뿌리 캤었다.

위에 사진 꺼다.

보다시피 참 작은 거다.

너무 작아 캐서는 안되는거 였지만 당시에 내 몸상태가 안좋아 그땐  별다른 고민없이 낼름 캤다.

그리곤 먹었다.

 

어쨌든 먹었으니 소감 한마디는 해야 되겠지?

향이나 맛이나 인삼과 별반 다르지 않았던거 같다.

다만 향은 좀 더 진했던거 같고 , 맛은 좀 더 썼던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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