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2008년 9월 28일 해날
누 구 랑? 나혼저
어 딜? 주막거리-553봉-554봉-630봉-635봉-646봉-태화산-주막거리
도상거리? 5.9km
소요시간? 5시간 12분
오랜만에 늦잠까지 자고 느즈막히 산으로 향한다.
어제 비봉 고구마캐기 행사로 인해 몸상태가 그다지 좋질 못하기 때문에 정맥길은 다음에 찾기로 했다.
지난주에 몇차례 비가 왔으니 혹여 버섯이 올라왔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으로 근방에 그나마 지대가 높으면서도 사람의 발길이 잦지 않은곳을 찾다보니 이곳 태화산천자봉 인근이 떠오른다.
일단 가보자.
없으면 그저 바람이나 쐬고 오는거지 뭐............
오늘 산행의 발자취.
요건 북쪽서 본거.
공주시 정안면 산성리 마을앞 공터에 주차를 하고 오늘 밟을 능선을 가늠해 본다.
처음엔 저기 마을뒤로 뵈는 산이 무성지맥의 능선인줄 알았더니 나중에 내려오면서 보니 금북정맥의 능선이다.
금북정맥은 630봉서 급격히 좌회전을 하여 진행하다가 무성지맥 분기점서 급우회전으로 갈재로 떨어지는데 저기뵈는 능선이 630봉 이후 무성지맥 분기점으로 향하는 산줄기다.
이 마을 이름이 주막거린가 보다.
아마도 이쯤에 주막집이 있었을거고 길손들은 이곳서 탁배기로 목을 축이곤 저 금북정맥의 곡두고개를 넘었을 거다.
곡두터널을 향해 간다.
저앞에 관광차 한대가 서있는데 버스앞쪽에 산벗모임이란 푯말이 붙었다.
아마도 오늘 이곳을 날머리로 삼은 단체산행객이 있는 모양이다.
아까 그 버스가 있는곳서 곡두고개로 오르지 않고 바로 이숲으로 들어선다.
오늘은 정맥길을 걷는게 목적이 아니기 때문이다.
골짜기를 따르자니 으름이 지천이다.
대부분 때가 지나 그다지 맛볼만한게 없는데 얘는 그나마 상태가 좀 낳다.
오랜만에 먹어보는 으름맛.
아무래도 예전의 그맛은 아녀..............
으름 몇개를 따먹곤 바로 사면을 탄다.
이 사면을 타고 곧바로 오르면 아마도 553봉이 나올거다.
금북정맥을 타본 분들이라면 곡두고개서 553봉간 경사가 얼마나 심한지 알거다.
이쪽 사면도 보통 급한 경사가 아니다.
이런 사면을 왔다갔다 또는 오르락내리락 해가며 서서히 고도를 높여 간다.
허나 암것도 없다.
이건 사람이 그랭겨 아님 짐승이 그랭겨?
그렇게 느긋한 걸음으로 사면을 타다보니 어느새 금북정맥 능선상에 올라섰다.
그리곤 곧이어 나타나는 553봉.
여까지 올라서는데 한시간도 더 걸렸다.
암튼 그렇게 553봉과 일년여만에 재회를 했다.
또 사면을 타면서 금북정맥 능선의 좌우를 왔다갔다 한다.
어떤이가 저 무거운 독댕이를 저위다가 올려놨을꼬?
힘이 장살쎄.......
바위 뒷쪽서 보니 바위 윗면이 평평한게 괜찮다.
하여 오른다.
그리곤 저 바위에 걸터앉아 한참을 쉰다.
정맥 산행같지 않고 바삐 가야할 이유가 없는거다.
숲냄새를 실어오는 바람을 맞아가며 갖가지 상념속으로 빠져 든다.
내생각 남생각...........
집안생각 집밖생각...........
옛날생각 앞날생각...........
그렇게 결론도 없는 갖자기 상념속에 빠져 시간가는줄 모르고 앉았는데 숲속에서 왠 검은물체가 불쑥 나타난다.
정맥꾼 이다.
그도 놀라고 나도 놀랐다.
아까 곡두고개에 서있던 버스를 타고오신 분이고 차령고개서 각흘고개까지 가신단다.
가시는길 안전하고 즐거운 산행 하시기를..........
등산화를 새로 장만하여 오늘 첨 신고 나왔는데 어째 느낌이 안좋다.
오른쪽 발목이 살짝 아프다.
이리 보기에도 싼티가 물씬 풍긴다.
이번것까진 기냥저냥 신어보고 다음번엔 큰맘먹고 제법 값나가는걸로 한번 장만해 보련다.
이 바위위서 정맥꾼 두명이 더 지나칠때까지 앉았다가 막 일어서려니 바위위에 누군가 이름을 새겨놨다.
"고허석"
어느시대 사람이 새긴건진 몰라도 천년만년 이어질 이름이다.
630봉에 이어 635봉을 지난다.
이근방선 꽤 높은 봉우리 들이다.
이게 뭔가해서 가까이 가봤더니......
된장할........
쓰레기다.
누군가 근방에 불을 피우곤 고기를 궈쳐먹은 흔적이 있다.
그리곤 남은 쓰레기를 저리 나무에 걸어 놨다.
심하게 나쁜 사람들 이다.
좀가다보니 여기도 쓰레기............
저기도 쓰레기다.
참으로 한심한 산꾼들 이다.
한편으론 나도 양심이 찔린다.
어쨌든 저런걸 보고도 그냥 왔으니........
언제고 쓰레기 봉투를 들고 다시한번 찾을거란 약속으로 이 미안함을 대신 한다.
금북정맥서 무성지맥이 분기되는 봉우리에 다다랐다.
무성지맥에 접어들어 태화산 정상 바로밑에 위치한 헬기장에 가본다.
혹여 내 고향쪽 전망이 터질지도 모른다는 기대감에.......
허나 저 앞쪽의 나무들 땜에 안타까움만 안고 발길을 돌린다.
그렇게 힘없이 돌아서다 나무사이로 보이는 전망을 보니 금계산(빨간색)과 법화산(파란색)이 나란히 섰다.
그려.......
니덜은 올해 참 많이 보는거 같다.
금계산 우측으로 뭔산이 희미하게 보이긴 하는데 혹시 저게 오서산 인가?
방향도 그렇고 규모도 그렇고 또 산의 형태를 봐도 맞는거 같긴 한데..........
태화산 정상에 올라섰다.
올해 여길 꼭 세번째 찾는다.
올들어 이산과 갑자기 친해졌다.
앞으로도 자주 들르마.
두고두고 잘 지내 보자.
저 등로이탈이란 표지는 아마도 단체산행객들이 후미그룹을 위하여 적어논듯 하다.
한켠에 이것도 있는데 이건 지난 두번의 방문때는 못봤던 거다.
역시나 태화산이라 적혀 있다.
이 정상석을 사진에 담고 물한모금을 들이키고 있는데 금북정맥쪽에서 왠 산꾼 하나가 힘에 겨운지 땅만 쳐다보며 올라오다 나를 보곤 깜짝 놀란다.
아마도 아까 만났던 분들과 일행인거 같은데 한참 후미로 쳐진듯 보인다.
"정맥 타시는거면 일루가면 안듀"하고 일러주니 고맙다며 뒤돌아 간다.
예전엔 없던 정상표지가 붙었다.
아주 쌔뺑이다.
홀대모 산행기란을 보니 '참소리'라는 필명을 쓰시는분께서 엊그제 달아 놓으셨단다.
그분도 고향이 이곳 어디쯤 되는가 보다.
인연이 있다면 산에서 우연히 만날수도 있지 않을까?
그나마 전망이 좀 터진다는 철탑봉에 올라섰다.
자 또 한번 보자.
남동쪽 조망이다.
지난번 이곳을 찾았을때만 해도 저기뵈는 저 산들이 뭔산인지 알도 못하고 무성지맥의 산줄기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 가늠치도 못한채 그저 바라만 봤었다.
허나 오늘은 알고보니 더 좋은거 같다.
이곳서부터 저앞의 국사봉(빨간색)까지 이어진 산줄기도 훤히 보이고 , 국사봉서 갈미봉을 넘어 무성산(파란색)까지 이어진 산줄기도 한눈에 들어온다.
여긴 정동쪽 조망 이다.
조밑에가 곡두고개 일꺼고 거기서 차령고개 방향으로 뻗은 산줄기 들이다.
여긴 서쪽 조망이다.
지난번엔 봉수산(빨간색)과 천방산(분홍색)만 눈에 들어오더니 오늘은 봉수산 뒤로 살짝 고개를 내민 도고산(파란색)도 보이고 그 도고산과 연결되어 예산군 신례원쪽으로 뻗은 산줄기들(노란색)도 눈에 들온다.
산에 들면 들수록 시야가 더 넓어지고 안보이던 곳도 이렇게 눈에 들오니 이 얼마나 신기한 현상인가?
다음번에 오르면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까?
누구 말대로 정말 어느정도 경지에 오르면 산신령님도 만날수 있는건가?
이제 조망도 즐길만큼 즐긴거 같고 버섯을 따기도 애저녁에 글른거 같어 슬슬 하산길로 접어든다.
오늘은 GPS가 갑자기 에러를 일으키는 바람에 예정된 하산길이 없다.
그저 감각만 믿고 갈뿐이다.
때문에 산성리 방향으로 뻗은 능선중 하나를 골라타고 하산길에 접어드는데.........
그렇게 능선을 한참을 따르자니 멧돼지 놈들이 아주 난리를 쳐놨다.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내가 골라타고 내려선 능선이 마을까지 이어지질 못하고 능선과 능선사이에 묻히고 만다.
협곡으로 내려 선거다.
내가 아는 상식으론 이럴땐 다시 능선을 타고 올라서 다른 능선을 잡아타야 되는걸로 안다.
특히나 요즘과 같은 계절엔..........
허나 왠만한 사람들은 그걸 알면서도 쉽게 돌아서지 못한단다.
기어코 뚫고 가겠다고 미련을 떤단다.
밑으로 내려가면 갈수록 넝쿨숲은 더 우거지고 결국은 오도가도 못한다는데...........
나라고 별수 있간.
넝쿨과 가시덤불을 뚫고 기어코 전진을 하다간 더깊은 협곡에 빠져 고생만 직쌀나게 하곤 결국은 발길을 돌린다.
그리곤 다시 오른다.
아...........
요쯤서 디게 힘들다
다시 올라서며 보니 그 숱한 잡목과 덩쿨숲을 뚫고 많이도 내려왔네.........
요즘같은 계절에 이런 넝쿨숲이 무서운건 뱀과 벌 때문이다.
뱀이 저 넝쿨숲에서 나뭇가지로 위장하여 새를 기다리곤 한단다.
때문에 뭣모르고 넝쿨숲을 헤쳤다간 큰일나는 수가 있다.
뱀이 머리위에 떨어지기라도 해봐.......
생각만해도 아찔하다.
또 이런 넝쿨숲엔 벌집도 많지만 일단 벌집을 건드렸다하면 도망을 못가는게 큰 문제다.
잡목과 넝쿨에 막혀 오도가도 못하는 상황에서 벌집을 건드렸다면 꼼짝없이 맷집으로 버텨야 되는데 그 벌이 쇠또왕팅이라도 돼봐.
그냥 아얏소리 못하고 죽능겨...........
어쨌든 그렇게 내려선 길을 거꾸로 오르다 넝쿨과 잡목이 좀 착해졌다 싶어 이렇게 사면으로 우회 한다.
그리곤 다른 능선을 잡아타곤 또 내려간다.
이 능선만큼은 아주 길게길게 내려가길 바라면서...........
다행히 그 능선은 이렇게 시멘트 포장길에 나를 내려 놓는다.
올려다보니 이 골짜기엔 저 한집밖에 없는거 같다.
농가로 보이진 않고 아마도 전원주택 정도의 용도가 아닌가 한다.
부럽다.
나도 여건만 된다면 저리 살고 싶다.
어여 내려가서 복권이나 한장 사야 되겄다.
이길을 따라 한참을 내려가야 된다.
이곳 산성리도 꽤나 깊은 동네다.
허긴 금북정맥과 무성지맥을 함께 끼고 있으니 골도깊고 물도 깊을 수밖에...........
내려섰던 무성지맥의 능선을 올려다 본다.
저 뒷쪽의 철탑이 아까 전망이 그나마 터지던 곳이다.
저건 아까 산행을 시작하며 올랐던 553봉.
저 사면을 꽤나 열심히 뒤졌는데 결국은 암것도 없었다.
한참을 내려서선 또 내가 지나쳐온 길을 올려다 본다.
여기선 저 네발달린 오토바이가 아주 요긴한 교통수단 인가 보다.
이골서 두번째 집을 만난다.
이집도 역시나 농가로 보이진 않는다.
산좋고 물좋다 싶은곳엔 이렇게 여지없이 전원주택들이 들어서 있다.
저리살면 인생 참 살만할껴.............
한참을 내려서니 이곳 삼거리에 이른다.
여기서 좌측길은 내가 내려온 길이고 우측은 전원주택 단지가 들어서 있다.
그리곤 여긴 사유지이니 출입하지 말라는 안내판도 붙었다.
좋겄네.........
암튼 돈만 있으면 살맛나는 세상여.
여름에 저 돗자리에 누어 매미소리 들어가며 낮잠한번 때리면 죽여주겠다.
수량도 많고 물도 맑다.
이제 마을 한복판으로 내려선거 같다.
제대로된 농가가 나타난다.
내려가면서 이런 소가 군데군데 나타난다.
내보긴 강당골 계곡보다 훨 낳다.
저기 붕나무(붉나무)에 오배자가 달렸다.
저것도 참으로 오랜만에 본다.
나 어릴적엔 동네 아주머니들이 산에서 저걸 따다 살짝 쪄선 말린후에 내다 팔았던 기억이 난다.
어디에 쓰던건진 모르겠다.
마을앞에 다다라 다시한번 뒤돌아 보고........
아까 산행시작전과 똑같은 위치에서 금북정맥을 올려다 본다.
그새 산기슭에 어둠이 내리 깔리고 있다.
난 산이 참으로 좋다.
그리고 꼭 산서 살고 싶다.
저 장작 쌓아논것좀 봐라.
올겨울 든든하겄네........
저집은 저녁밥을 짓나 보다.
연기가 모락모락 나는게 참으로 정겹다.
옛날생각 난다.
내어릴적 내고향 마을에서도 이렇게 해가 뉘엿뉘엿 넘어설때면 으레 집집마다 저리 저녁연기를 내뿜곤 했었다.
밥도 짓고 여물도 쑤고 또 군불도 때는 연기였을 게다.
해가는줄 모르고 한참을 그리 고사티를 뛰어 댕기다 보면 이집저집서 누구야 밥먹어라 하는 엄마들의 부름소리가 들렸고 그리곤 하나둘 제집을 찾아들고는 했다.
생각해보면 별거 아닌거 같지만 갈수록 왜자꾸 그때가 그리워 지는지.........
막걸리 한병 사들고 털래털래 집에오니 또 이렇게 뼈다귀탕이 준비되어 있다.
그려어.
또 마셔야지.
이 막걸리 한잔에 온갖 시름 다잊고 또 그렇게 취해보자.
'산 > 따거나 캐는산행' 카테고리의 다른 글
산삼캐러......... (0) | 2009.06.20 |
---|---|
두릅따러......... (0) | 2009.04.13 |
걱정봉에 버섯따러........... (0) | 2008.09.15 |
용와산에 영지버섯 따러......... (0) | 2008.09.13 |
금계산에 버섯따러........... (0) | 2008.08.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