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2008년 12월 7일 해날

누  구 랑?   나혼저

어      딜?   고향집-동대말-모이마당-금북정맥-큰고개-부엉산-집너머-고향집

도상거리?   4.6km

소요시간?   2시간 23분

 

내가 지금 살고 있는 곳은 천안 이다.

내고향집은 공주고........

비록 행정구역상 천안과 공주로 나뉘긴 했지만 내가 사는곳과 내가 태어난곳은 직선거리로 20km 남짓되는 아주 가까운 곳이다.

근데 막상 오늘 고향집에 가보니 이 20km 남짓되는 거리의 차이가 완전 딴판이다.

거짓말 조금 보태면 내가 살고 있는 천안지역은 눈이 한방울도 안왔다.

근데 차를 몰아 40여분 달려간 내고향 덕곡리.

온세상이 눈속에 덮혔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흥분이 일기 시작한다.

눈속의 산행.

생각만해도 설렌다.

하여 엄마 얼굴만 보곤 바로 산으로 든다.

그런 내 뒷모습을 달갑지 않게 바라보는 엄마의 시선이 느껴진다.

 

남쪽서 본 오늘산행의 발자취. 

 

요건 북쪽서 본거.

 

고향집 대문앞에 서서 마을 앞쪽을 바라다 본다.

참으로 신기하다.

내 사는곳과 얼마 차이도 안나는데 이렇게 많은눈이 왔다는게........

 

저 앞쪽의 쌍봉(빨간색화살표)은 여지껏 태화산 나발봉인줄 알았다.

법화단맥 산행때 내 두눈으로 분명히 확인을 했기에 추호의 의심도 없었다.

헌데 오늘보니 아닌거 같다.

이유는 이따가........

 

고향집 처마밑으로 제법 휼륭한 고드름이 얼었다. 

 

동대말을 오른다. 

 

동대말 꼭대기쯤서 마을을 내려다 본다.

 

요 며칠새 산에 든이가 아무도 없는 모양이다.

밟기도 아깝지만 사뿐히 즈려밟고 간다.

눈이 적당히 녹아 뽀드득뽀드득 거리는 소리까지 정겹다. 

 

숲에 잡목이 꽤나 우거졌다.

요샌 군불때는 집이 없으니 인위적으로 간벌을 해주지 않는한 이 잡목은 갈수록 더 우거질 거다. 

 

하마터면 여기가 어딘지도 모른채 그냥 지나칠뻔 했다.

지금은 이렇게 잣나무 조림이 돼있지만 내 어릴적엔 이곳에 넓직한 마당이 있었다.

이곳서 아이들과 땅에 줄긋고 오징어가솅도 하고 , 시계불알도 하고 , 삼팔선도 하고 또 공도차고 솔방울 던지기도 하던 놀이터 였다.

우린 이곳을 조이마당 혹은 모이마당이라 불렀는데 우리 어릴적에 묘를 '모이'라고 불렀던걸로 봐서 아마도 모이마당이 맞는거 같다.

그러니까 묘가 있던 넓은터를 이르는 말일게다.

 

걸으면 걸을수록 눈쌓인 내고향 산 참으로 좋다.

정말 엇다 내놔도 손색없을 멋진 송림숲 이다.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으로 이 쪽제비 한마리가 나를 안내하듯 앞장서 간다.

한참동안을 저 발자국을 따라 간다.

그러고보면 사람이 가는 길이나 짐승이 가는 길이나 크게 다르지 않은 모양이다.

 

자.....

아까 고향집 대문앞서 뵈던 산이 태화산나발봉이 아닌 까닭이 요쯤서 밝혀진다.

저 노란색 선이 내집 대문앞서 법화산과 끝봉 사이로 바라보는 각도다.

 

좀 땡겨봤다.

아까 내고향집 대문앞에서와 마찬가지로 법화산(빨간색화살표)과 끝봉(파란색)의 사이로 바라보자.

저 분홍색 화살표가 가르키는 산이 뵌다.

무성산 이다.

태화산나발봉(똥색)은 한참 오른쪽에 치우쳐 있다.

 

더 땡겨 봤다. 

보다시피 이쪽서 보면 무성산이나 나발봉이나 둘다 쌍봉 이다.

그러니 헷갈릴수 밖에 없었던거 같다.

하여튼간에 이쯤서 확실히 해둔다.

내고향집앞서 법화산 우측으로 머리를 빼꼼히 내민 산은 무성산 이다.

그러니 저 무성산도 내가 나고 자라는 모습을 쭉 지켜본 산중에 하나가 된다.

 

조금 더 오르다보니 북동쪽으로 또 낮익은 산하나가 뵌다.

광덕산 이다. 

 

땡겨봤다.

역시나 근방의 최고봉 답게 근엄한 자세로 주변의 산들을 아우르고 있다. 

 

금북정맥의 능선들이 시야에 들어왔다.

자연성곽을 연상케 한다.

어느 누가 쌓은들 저리 훌륭한 성곽을 쌓을수 있단 말인가?

능선 좌측에 뭉뚝한게 걱정봉 이다.

 

드뎌 금북정맥 능선과 만났다. 

 

이리가면 걱정봉 방향 이고.......

 

이리가면 천방산 방향 이다.

난 이길을 따라 천방산 방향으로 간다.

어제 오늘 주말인데도 이구간을 지나는 정맥꾼은 없었나 보다.

눈이 깨끗한 상태로 그대로 있다.

 

나뭇사이로 또하나 낮익은 산이 반갑게 인사를 한다.

금계산 이다.

 

역시나 얘도 땡겨 본다.

암튼 반가워. 

 

나뭇가지에 긁혀 왠 산짐승의 털이 빠졌길래 만져 본다.

눈으로 봤을땐 토끼털인줄 알았더만 막상 만져보니 아니다.

털이 굉장히 뻣뻣하다.

그리고 미끌미끌 하다. 

산돼지털 이다.

순간 영 기분치 편칠 못하다.

어쨌든 이돼지는 하루이틀내 이곳을 지나쳤단 얘기고 혹여 아직 근방에 있을수도 있단 얘기다.

이후론 진행하면서 주위에 나무들을 유심히 보게 된다.

돼지와 마주치면 잽싸게 오르려고.........

 

여기가 많은 정맥꾼들이 부엉산으로 잘못 알고있는 해발 400m 봉우리다.

아니지........

어쩜 그들이 맞고 내가 틀릴수도 있다.

만약에 내가 틀리다면 이곳 인근의 모든 원주민들도 틀린거다.

두고볼 일이다.

여하튼 나나 인근의 주민들이 알고 있는 부엉산은 이곳서 동쪽으로 분기한 산줄기 상에 있다.

저앞서 우측 이다.

가보자.

 

아까 그 털 뽑힌 멧돼지 발자국도 이 부엉산 방향으로 향했다.

그리곤 간간히 이런 흔적들을 남겼다.

거참 신경 꽤나 쓰이네.........

어쨌든 저 돼지는 잠시후 탑곡리쪽으로 내려 섰다.

다행이다.

 

뭔 산짐승 발자국들이 여기저기 지천으로 깔렸다.

내 쪽제비 발자국과 산토끼 발자국은 확실히 아는데 얘들은 개덜꺼는 아니다.

비록 저리 작기는 해도 소처럼 커다란 발톱 두개를 갖고 있는걸로 봐서 아마도 고라니나 노루 발자국이 아닐까 추측만 해본다.

역시나 아니면 말고다.

하여튼 많다. 

 

요쯤서 남쪽으로 산줄기 하나가 분기한다.

저 산줄기를 따라가면 남청문날을 넘어 웃말 덕희네 밭앞으로 내려설수 있다. 

 

제법 고도를 낮춰 안부가 나온다.

정확친 않지만 큰고갠거 같다.

내고향 원서밥골서 탑곡리 소릿절을 넘는 고개다.

예전에 정처비(개구리) 잡으러 애들과 철장들고 몇차례 넘었었다.

 

이제 부엉산 오름길에 접어 들었다.

아름드리 적송들이 한껏 자태를 뽐낸다.

참 좋다.

 

근데 이 기분나쁜 표시는 뭐냐?

제법 둘레가 있단 적송들마다 저리 노란색 표시를 해놨다. 

혹시 벨라고?

 

여기 부엉산 근방은 딴데보다 눈이 더많이 온거 같다.

 

그대로 앞으로 엎어져  눈속에 안겨 본다.

극세사 이불?

저리 가라 그려.

눈이 얼마나 아늑하고 포근한디.........

암튼 저자세로 눈속에 얼굴을 묻고는 한참을 그대로 있는다.

정신이 번쩍 든다.

 

여기가 부엉산 정상 이다.

사실 이곳 주민들은 부엉산 보다는 주로 붱산이라 발음한다.

또 개중에는 봉황산이라 표기하는 경우도 있는데 이건 한자화 하다보니 그리된거 같다.

어찌됐든 부엉산 정상은 이리 펑퍼짐하게 생겼다.

정상석은 물론 삼각점도 없다.

지도상엔 해발 360m라 나온다. 

부엉산아!

너 까딱하면 이름 뺏기게 생겼다.

내가 어찌하면 되겄냐?

 

부엉산을 넘어 내려서는데 아주 빛바랜 표지기가 걸려 있다.

희미한 글씨로 '덕곡부녀산악회'라 씌여 있다.

글자 그대로다.

덕곡리에 사는 부녀자들이 걸어논 거다.

어쨌든 이 표지기는 예전에 버섯따러 댕길때도 뵈던거니 오래된거다.

 

예전에 고개로 쓰였을 안부가 나타난다.

정확친 않지만 아마도 여기서 좌로가면 무두리고 우로가면 모세골 일거다.

 

무두리쪽 고갯길을 내려본다.

예전엔 사람들의 왕래가 빈번했을 고갯길도 이젠 이리 잡목에 서서히 묻혀가고 있다. 

이젠 고갯길로서의 기능을 완전히 상실한 거다.

 

요쯤서 능선의 우측으로 하산을 한다.

아무리 내고향의 산이지만 여기가 정확히 어디껜줄은 모르겠고 , 다만 집너머 꼭대기가 아닐까 추정만 된다.

 

내려서다 보니 저 건너편으로 걱정봉이 뵌다.

 

그렇게 산줄기를 따라 내려섰더니 예상대로 집너머다.

아버지를 한번 꼬옥 안아 드리고 간다. 

 

처음 산행을 시작했던 동대말을 올려다보며 오늘 산행도 이렇게 마무리 한다.

 

동대말 우측으로 아까 내가 밟았던 능선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짧지만 행복했던 산행 이었다. 

 

고향집앞에 이르니 먼저 나온 살점놈이 이렇게 눈사람을 만들어 놨다.

꽤나 어설픈 눈사람 이다. 

한편으론 함께 해주지 못한게 미안할 따름이다.

+ Recent pos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