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2008년 3월 8일 토요일

누  구 랑?   나혼저

어      딜?   쌍봉리서 승주고개까지(쌍봉리-금왕-용계리-소속리산-승주고개)

도상거리?   16.8km

소요시간?   10시간 53분

비      용?   택시비 7,000원(감우리-쌍봉리)

차량 이동경로 : 내집-병천-진천-맹동-금왕-쌍봉리(왕복 122km)

 

이번 산행을 한글자로 표현하라면 "학"이라 표현하고 싶다.

학을떼다 할때의 "학"

얼마나 길을 잃고 헤멨던지 지금 되집어봐도 내가 도대체 어느구간서 어떤식으로 헤메고 댕긴건지 개념 정리가 안된다.

한남금북정맥은 물론 금북정맥 전구간을 통틀어 가장 길찾기가 난해한 구간이라 하겠다.

또한 지난 마이산이후 금왕읍내를 벗어나는 구각까지는 사실상 마루금의 형태가 너무 낮아져 이게 산행인지 산책인지 구분키도 어렵고 , 민가에 공장에 축사에 군부대에 그리고 인삼밭에 마루금을 죄다 내주고 간신히 명맥만을 유지하고 있다.

역시나 한남금북정맥은 물론 금북정맥을 통틀어 가장 볼것없는 무료한 구간이라 하고 싶다.

 

아무튼 오늘산행의 들머리인 코니아일랜드 공장에서 협진주유소 까지는 많은 선답자들도 별의미를 두지않고 생략하거나 혹은 잡목과 군부대 철조망에 가로막혀 많은 고생들을 한걸로 기록하고 있다.

때문에 사전에 선답자들의 산행기도 꼼꼼히 살펴보고 지도도 미리 숙지해두고 만반의 준비후 심호흡을 크게 한번 하고 들머리에 들어선다.

허나 나역시 고생 엄청나게 한다.

잘 꾸며논 묘이후 길도 희미해지고 표지기도 뜨문뜨문 갯수를 줄여가더니 결국은 심한 잡목지대를 통과해서 간신히 군부대 철조망에 닿는다.

근데 여기서부터가 웃긴다.

선답자들도 군부대 철조망을 왼편에 두고 진행한걸로 봤고 ,사전에 준비한 약도에도 그리 그려져 있는데 결국은 반대로 온 꼴이 되고 말았다.

출발후 한시간 50여분만에 닿게된곳은 다시 쌍봉리다.

출발지와 그리 멀지않은 곳이다.

거참...... 얼마나 어이가 없고 허기가 지던지....

더 웃긴건 여까지 오는동안 그래도 뜨문뜨문 표지기가 붙어 있더라는 거다.

개중에는 나와 같은 코스를 밟아 온 선답자도 꽤 되는 모양이다.

근데 더 걱정인건 후답자들이다.

후답자를 배려한답시고 다른곳보다 더 촘촘히 표지기를 붙여왔는데 583 지방도에 닿고보니 다시 돌아가 표지기를 제거할 엄두가 나지 않는다.

후답자들의 원성이 귀전을 맴돌지만 어쩔수 없다.

내가 그랬듯이 후답자들도 이해해주길 바라며 583지방도를 따라 협진주유소까지 진행한다.

아니지.... 협진주유소는 폐업해서 간판이 아예없으니 이젠 협진주유소가 아니라 폐주유소라 해야 되겠다.

 

금왕읍내를 벗어나 월드사우나 뒷산을 오르면서 오늘의 두번째 납득할수 없는 일이 벌어진다.

지금와서 돌이켜보니 월드사우나 뒷산을 올라 만나는 능선에서 우측진행이 맞는거 같다.

허나 표지기는 왼편에 붙어있다.

아무런 의심없이 왼편으로 진행을 했고 표지기 갯수가 급격히 줄어들긴 했으나  21번 국도를 만날때까지 표지기는 계속된다.

여기는 왜이리 표지기 인심이 인색한가 해가며 후답자를 위해 또 촘촘히 표지기를 붙이며 무리없이 진행을 하는듯 했다.

허나 21번 국도에 내려선후 반대면 들머리가 보이질 않는다.

지금와서 생각하니 그 도로가 21번 국도인지도 확실치가 않다.

왔다리갔다리를 몇차례후 내려섰던 능선을 다시올라 가늠도 해보지만 영 감이 오질 않는다.

그래서 무조건 오른다.

오르고나면 능선을 만날것이고 그 능선이 곧 마루금일 거라 생각했다.

급한 사면을 힘겹게 오르고나니 역시나 표지기가 있다.

금북정맥길에서 부터 계속 보아오던 아주 신뢰가는 표지기다.

좀 더 진행을 하니 몇 종 더 보인다

그리곤 그만이다.......

아예 자취를 감춰 버린다.

그리곤 아무리 둘러봐도 내가 올라선 곳은 어디와도 연결되지 않는 단독 봉우리인거 같다.

운동중인 주민을 붙들고 물어봐도 전혀 도움이 되질 않는다.

아예 다시 시작하잔 마음으로 무작정 내려섰더니 영풍파일 공장내에 내려서고 공장 한복판을 가로질러 정문으로 나오니 아까 내가 올라섰던 곳에서 멀지 않은 곳이다.

 

용계리 마을에서 대략적인 마루금 상태를 가늠해보고 대략 저기다 싶은 능선을 목표삼아 아주 힘겹게 오르니 역시나다.

안도의 한숨을 쉬고 시계를 보니 대략 2시간 가량은 까먹은거 같다.

시간만 어중떴다면 벌써 그만뒀을텐데 그나마 시간이 이르니 포기하지 않은거 같다.

고생고생 해가며 헤메고 댕긴 능선을 내려보며 좀 이르다 싶은 점심을 먹는다.

 

이후의 능선은 아주 맘에 쏙는다.

고도도 어느정도 있고 수림도 빽빽하고 수종도 참나무와 소나무가 알맞게 섞인게 공기 자체가 다른거 같다.

등산로도 폭신폭신한게 느낌이 아주 좋다.

한참을 진행하고 나니 문안등산로 표지판이 걸렸다.

옛날에 나무꾼이 등짐지고 넘던 편안한 길이란다.

어쩐지 내맘에도 쏙들더라니......

 

그만그만한 봉우리를 수없이 넘으며 승주고개에 도착하니 거의 11시간이 다걸렸다.

너무 많이 헤메고 댕긴 탓인지 많이 지친다.

시간도 예상보다 많이 소요됐다.

어쨌거나 오늘도 무사히 한구간을 마쳤다.

 

한구간을 마쳤으니 뿌듯함도 있지만 한편으론 뭔가가 자꾸 걸린다.

똥 �고 밑안닦은 느낌.

표지기 때문이다.

내표지기로 인해 고생할 후답자가 있다면 이거 미안해서 어쩌나.......

나처럼 좋게좋게 이해해 줄랑가?

후답자님 죄송합니다. 고의는 아니였습니다.

 

집에 도착하여 전화기고기에 금왕서 사온 금왕쌀막걸리로 하루의 피로를 풀어본다.

그리곤 언젠지 모르게 잠들어 버렸네.........

 

어둠속의 코니아일랜드 공장.

 

멋진 소나무. 적어도 여기까진 무난했다. 

 

583 지방도에 내려서면 보이는 주유소. 첨엔 이게 협진주유손줄 알고 제대로 온줄 알았다.

 

583지방도를 따라 한 십여분 이상 걸어오니 예전에 협진주유소 였던 이 폐주유소 건물이 나온다.

 

 월드사우나 건물. 요 뒤부터 본격적인 헤멤이 시작된다. 지금 생각해도 진절머리가 난다.

 

금북정맥 봉수산 구간에서 본이후 참으로 오랜만에 보는 겨우살이다. 저게 몸에 그렇게 좋다네.......

저 나무밑에 산신각 정도로 보이는 집한채가 있고 그 집주위로 새끼줄로 담장이 쳐져 있다. 

또한 그 집을 기점으로 갑자기 표지기가 급감하기 시작하고 결과적으론 엉뚱한 방향으로 표지기가 매달려 있다.

누군가 의도적이지 않고서야 그럴수는 없다고 보여지고 그런면에서 자꾸 그 당집이 맘에 걸린다.

 

헤멤을 계속하다 모든걸 포기하고 무조건 내려서서 저 뒤로 보이는 능선을 오르기로 한다. 저 웅장하게 보이는 능선이 곧 한남금북정맥 마루금이다.  아주 탁월한 선택이었다.

 

 헤메다 내려선 영풍파일 음성공장 정문. 규모가 대단히 큰 공장이다.

 

마루금에 오르기위해 들어선 마을 용계리다. 마을회관앞에 괴목이 한그루 아주 힘겹게 서있다.

 

문안등산로 간판. 등산로가 폭신폭신한게 아주 맘에 쏙드는 곳이다 했더니 곧이어 저게 나타난다. 몸이 먼저 안다.

 

 오늘 구간의 최고봉 소속리산 정상이다. 목포 올리버란 분의 표지기는 아마도 지난주에 붙인거 같다. 찾다보니 광주 길벗산악회에서 지난주에 이구간을 역으로 지난간것 같다. 마루금 곳곳에도 그 흔적이 남아있다.

 

아마도 승주골 정도 되는 고랑인거 같다. 나중에 여건이 되면 살고픈 곳이라 여겨져 한컷 남겨둔다.

 

 승주고개 이정표. 요기만 내려서면 승주고개 일거라 짐작하며 낑낑대고 올랐더만 아직도 2.6km나 더 남았다네...... 니들이 이기분 알어?

 

한남금북정맥 이정표. 얼레? 정맥이정표가 다있네? 금북정맥에선 전혀 볼수 없었는데 한남금북정맥은 많이 세련됐다는 느낌이.....

 

승주고개. 오늘의 종착지 승주고개다. 저 비석은 반남박씨 누구의 공덕비란다. 저고개 뒷편으로 1km가량 내려서면 감우리다.

감우리에서 금왕 나갈라고 버스정류장쪽으로 걸어가다 버스가 오길래 손을 들었더만 기냥 내달린다. 에이 신발. 드러워서 지나가는 택시타고 쌍봉리에 도착하여 차를 회수한다. 택시비 7,000원 버스 두번 갈아타는거하고 별차이 음네.

 

금왕 쌀막걸리. 이상하게 산에만 가면 생각나는 술이 막걸리다.  때문에 산에만 갔다오면 막걸리를 사들고 온다. 더구나 막걸리는 지방마

다 죄다 다르다. 여기 금왕도 고유의 막걸리가 있다. 한병에 1.7리터니 타지역 막걸리보다 일단 크다. 맛도 맛있다. 태안 근흥막걸리에 비해 텁텁한 맛은 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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