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2008년 6월 6일 금요일
누 구 랑? 나혼저
어 딜? 갈목재-불목이재-속리산천왕봉-세심정-법주사-속리산터미날
도상거리? 8.9km (+6.6km 천왕봉서 속리산터미날까지)
소요시간? 4시간 38분(+2시간 42분 천왕봉서 속리산터미날까지)
비 용? 고속도로비 8,400원(남천안IC-속리산IC 왕복) , 택시비 5,000원(속리산터미날서 갈목재까지) ,음료수(5,000원)
차량 이동경로 : 내집-남천안IC-속리산IC-장안-갈목재(왕복 180km)
오늘로서 도상거리 152km의 한남금북정맥 전구간을 마쳤다.
지난 3월 1일 칠장산을 찾았으니 꼭 세달이란 기간이 걸렸고 , 찾은 횟수도 총 아홉번에 이른다.
속리산은 역시나 속리산 이었다.
그동안 정맥산행을 하면서 지나쳐온 수많은 산들과는 비교조차 할수없는 위용이 있다.
사방으로 거느린 수많은 암봉들과 파노라마 처럼 흘러가는 연속된 능선들의 모습에 그저 감탄만 나올 따름이다.
날씨까지 나의 졸업산행을 축하해줬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
역시나 오늘도 제대로 잠을 자지 못한 상태에서 출발을 한다.
또 고질병이 도진 것이다.
암튼 정맥산행을 가기 전날이면 여지없다.
왜그리 잠들기가 힘든건지.......
그래도 무거운 몸과는 반대로 마음만은 날아갈것 같은 기분으로 갈목재로 향한다.
한남금북정맥 졸업산행에 대한 기대감과 , 명산 속리산을 대한다는 기대감 때문이다.
꾸물꾸물하던 날씨가 제발 개이기만을 바라고 또 바랐건만 갈목재에 도착하고도 영 개일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숲은 이슬에 젖어 등로에 들어서자 마자 온몸을 적셔 버린다.
숲은 이렇게 나의 한남금북정맥 졸업산행을 축하해 준다.
엊그제 오케이마운틴 싸이트에서 어느분의 백두대간 산행기를 읽다보니 설악산 국립공원 어딘가에서 출입해선 안되는 구간으로 내려섰다가 과태료 50만원을 냈다는 글을 본적이 있다.
그 산행기를 처음 접했을땐 그저 그런것도 있나보다 했다.
허나 산행을 시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그 글과 연관되어 마음이 급격히 심란해지는 일이 발생하고 , 이후로는 산행을 상당히 조급하게 진행한 감이 없지않아 한편으론 아쉬움으로 남는다.
한남금북정맥 졸업산행을 여유있게 즐기며 마무리하고 싶었던 마음과 , 속리산 구석구석을 감상하며 문장대쪽으로 진행타가 내려서고자 했던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되어 버렸다.
아껍다........
갈목재에 다다르니 출입금지구역 안내판이 서있다.
지금와서 다시봐도 과태료가 50만원 이라고 분명히 써있네........
저 갈목재 표지판 뒷편이 마루금의 들머리다.
본격적으로 숲에 들어섰다.
날씨탓으로 인해 주변 조망은 전혀 기대할게 못되고 나뭇잎과 풀숲마다 이슬이 묻어 진행 초반부터 옷과 신발이 죄다 젖는다.
불목이재쯤으로 추정되는 안부에 이르니 누군가 머위를 뜯어다 놨다.
오래된거 같지는 않다.
저놈을 살짝 데쳐서 찐된장과 밥싸먹으면 참 맛있는데.......
곧바로 크지 왜그리 힘들게 크니?
감시카메라가 있는 봉이다.
얼릉 자리를 피하느라 대충 봤는데 사람이 접근하면 자동으로 녹화한다는 내용이었던거 같다.
처음으로 조망이 터진다.
적어도 여기까진 속리산 구석구석 하나도 놓치지 않으려 모두 눈속에 마음속에 또 머리속에 담아두려 했다.
이 적송도 참 멋있다.
야생화.
천왕봉까지 절반쯤 왔다 싶은 곳에서 몸에 지름칠을 한다.
저 반찬통은 오늘도 막걸리잔으로 쓰였다.
몸에 지름칠을 하고 한 10여분쯤 진행을 했을까 참으로 달갑지 않은 한통의 전화가 걸려온다.
"여보세요?"
"혹시 충남 30x xxxx 차량 차주분 되십니까"
"네 그렇습니다마는........"
"여기는 속리산 국립공원 관리초솝니다마는 국립공원 관리지역내에 주차를 하시면 안됩니다."
순간 엊그제 봤던 산행기의 내용과 아까 갈목재의 출입금지 표지판의 내용이 불현듯 스치면서 뭔가 심상치 않은 느낌이 감지된다.
"죄송합니다. 제가 몰라서 그만......."
"혹시 산에 계십니까?
"네"
"어디쯤 계십니까?"
"천왕봉 근방에 있습니다."
"그럼 언제쯤 내려 오십니까?"
"네 한 두세시쯤 될거 같은데요."
"뭣하러 가신 겁니까?"
"네 당연히 등산하러 왔죠."
"산나물이나 뭐 이런거 캐는건 아니구요?"
"아이구 아닙니다."
"어디로 올라 가셨습니까?
드디어 올것이 왔다 싶다.
저 직접적인 질문에 바로 답이 안나오고 조금 머뭇거린다.
갈목재서 올랐다고 하면 안되는건 알겠는데 갑자기 말문이 막힌다.
"어디로 오르셨냐구요?"
"아..... 네 죄송합니다."
"여기 갈목재로 오르면 안되는건 아시죠?"
"아... 네에 네....."
또 머뭇한다.
"암튼 일단은 알겠구요. 가능한 빨리 내려 오세요."
그리곤 끊는다.
저 전화이후 마음이 급격히 조급해지고 심란해지기 시작한다.
이대로 진행을 해야 되는건지 아니면 이길로 돌아서야 되는건지도 쉽게 판단이 안선다.
일단 알았다는 마지막 말이 품은 뜻은 무엇인지에 머릿속이 복잡해진다.
전화 통화후 나도 모르는새 발걸음이 빨라졌다.
주변 경관이고 뭐고 머릿속엔 오직 좀전의 통화내용 뿐이고 50만원 과태료에 대한 계산뿐이다.
50만원이면 휘발유가 몇리턴지 , 우리 먼저나오놈이 좋아하는 통닭이 몇마리고 피자가 몇판인지........
머릿속에 이런저런 복잡한 생각을 하며 한참을 가다보니 전망이 훤히 터지는 곳이 나타난다.
결국은 이후로는 더이상 전망이 터지는 곳이 없었던걸로 기억한다.
그나마도 날씨가 이러니 제대로된 조망은 기대할게 못된다.
고사목뒤로 보이는 마을이 아마도 대목리 일거다.
저기 보이는 능선이 아마도 백두대간 능선일걸로 보인다.
여기서 한참을 앉아서 쉬다 간다.
그리곤 아까 통화와 관련하여 차분히 생각을 해본다.
이젠 돌아설것도 아니고 더이상 생각치 말자.
까짓거 내라면 내지 뭐.....
그리고는 스스로를 다독인다.
난 원체 운이 좋은놈이니께 괜찮을껴.......
속리산의 숲.
속리산이 거느린 연봉들.
올라야 할 능선.
그리고 구름속에 묻힌 천왕봉.
속리산의 암봉들.
조망이 터지던 이곳을 떠나 속리산의 고도가 급하게 높아지기 시작한다.
이곳부터 천왕봉까지 줄 곧 급경사를 이뤄 고도를 높인다.
야생화.
속리산의 경관들.
속리산의 절벽.
이건 북쪽 조망일껄?
고도가 900m가량을 넘어서니 평소 보지 못하던 이런 잔듸 비슷한 풀들이 산전체를 덮고 있다.
대목리 방향을 다시한번 뒤돌아 본다.
지나쳐온 능선들이다.
사진의 우측에서 올라왔다.
이건 어느방향을 찍은건지 기억이 안나네........
이것도 마찬가지네......
고도를 더 높이니 이젠 산죽지대가 나타난다.
칠장산 오름길에도 이 산죽이 많은걸 보면 얘네들은 고도에 상관없이 잘 사나베......
고도가 높아져서 그런가 뿌연한 가스가 더 많아진다.
아니면 아까 그 구름속에 들어온건지도 모르겠다.
저기가 천왕봉이다.
바로 코앞이다.
천왕봉 정상 바로 직전에 이르니 얘가 나타나는데 뭔꼿인지 모르겠다.
동백인가?
암튼 꽤나 이쁘데.....
고도가 1,000m를 전후하니 산은 이제 얘들이 차지하고 있다.
식물들도 다 지네들 구역이 있나보다.
천왕봉 바로 코앞인데 두기의 묘가 있다.
묘의 상태를 보니 지금도 관리가 되고 있는듯 하다.
후손들이 금초도 해야될테고 시제도 지내야 될텐데 보통일은 아닐듯........
이런 바윗 사이를 지난다.
저 바위에 올라서면 바로 건너편에 천왕봉이 있다.
저기가 천왕봉이다.
왠 사내가 정상석 뒤서 식사중인거 같다.
여기도 출입금지 표지판이 있다.
내가 올라오는 바로 그 길이다.
내가 올라온길을 다시한번 내려다 본다.
사진 우측방향에서 올라왔다.
드뎌 왔다.
1,058m 속리산 천왕봉.
정상석엔 아직도 천황봉이라 적혀 있다.
사실관계야 어찌됐든간에 일제의 잔재라는 설만으로도 지명을 바꾼건 잘했다고 본다.
접짝으로 돌아서 법주사 방향으로 내려서려 했던 계획은 이제 물건너 갔고 , 어찌됐든 가능한 빨리 내려가 보자.
그나마 늦게 왔다고 괘씸죄라도 생기면 워쪄.......
조선의 삼대명수가 삼파수 , 달천수 그리고 우통수여?
삼파수는 낙동강 , 금강 , 남한강이구?
아.... 그러니까 삼파수가 여기 천왕봉서 갈라지는구만 그랴..
오늘 첨 알았네......
암튼 여기저기 돌어댕기다 보면 배우는게 참 많다.
아무리 급해도 밥은 먹구 가야 되겄다.
여기 경치좋은 바위에 걸터앉아 점심을 먹는다.
한남금북정맥 152km를 함께한 내 스틱들에게도 속리산의 멋진 모습을 보여준다.
이젠 내려서는 길이다.
속리산은 육산인듯 하지만 또 그렇지도 않은산인거 같다.
이런 바위들이 참 많다.
법주사가 5.1km 남았다는 표지판이다.
계단을 보니 갑자기 짜증이 밀려 든다.
굳이어 필요할거 같지 않은데..........
암튼 안되겠다.
참으로 오랫만에 배낭속에만 넣고 다니던 무릎보호대를 착용한다.
아무래도 5km 이상되는 내림길도 그렇고 또 이런 계단이 무릎을 가만 놔둘거 같지 않다.
무릎보호대를 하니 확실히 안정감이 있다.
천왕봉에게 마지막으로 눈인사를 한다.
다음에 또 오마.
여기도 계단이다.
여긴 아예 자연암벽을 깨서 만들었다.
가만 놔둬도 다덜 알아서 댕기는데......
엄청나게 큰 석문인데 사진상으론 그냥 개구멍처럼 나왔네.
내가 이걸보고 얼마나 놀래고 감탄을 했는데....
석문을 지나서 뒤돌아본 모습.
이건 그나마 쫌 낳게 나왔네.
저 바위에 누군가 이름을 새겼다.
천년 만년 전해질 이름이다.
여긴 어딜 찍은건가?
내가 찍고도 모르겠다.
암튼 사진을 엄청 많이 찍었다.
이런 노송에도 이름을 새겼다.
이건 천년만년은 못가겠네...
아름드리 노송이 참 멋있다.
거의 다 내려왔다 싶으니 운치있는 다리가 나온다.
여기 돌절구통도 있다.
내력은 다음에 나온다.
이게 내력이다.
저기 뒤로 보이는 곳이 세심정이다.
문장대는 이짝으로 가는구만.....
세심정 이후론 길이 이렇게 바뀐다.
목욕소 안내판.
조금 더 내려오면 길이 또 이렇게 바뀐다.
태평휴게소.
여기는 왔던 기억이 난다.
1993년도에 문장대를 올랐으니 아마도 그때 여길 지나쳤을 거다.
갈갈이는 확실히 보이고 중태미 같기도 하고 피래미 같기도 한 물고기들이 새까맣다.
저뒤가 법주사다.
그냥 간다.
거길 들를만큼 내맘이 여유롭지 못하다.
발맛사지 하는덴데 여기도 밟아볼만큼 내맘이 여유롭질 못하다.
암만 급해도 요건 눈에 들온다.
급하게 내려오느라 느끼지 못했는데 다내려와서 뒤를 돌아보니 어느새 날은 개이고 볕도 있다.
저 폭포는 못보던거 같은데 새로 만든 모양이다.
요게 뭘까요?
서원리의 소나문데 정이품송과는 내외지간 이라네.........
그래서 이름도 정부인송이라 한단다.
여긴 차를 회수해서 맘편하게 찾은 곳이다.
갈목재에 도착하여 음료수를 사들고 초소에 들러 "죄송했습니다 " 하니 "아니 뭘 이런걸...... 산행은 즐겁게 하셨습니까?" 한다.
"네"하고 안도의 한숨을 쉬곤 기분좋게 돌아선다.
솔직히 기분좋은 산행은 못했다.
어쨌거나 495,000원 벌었다.
여긴 서원리 계곡이다.
내가 사진찍는 뒷편으로 팔뚝마다 시커먼 문신을 새긴 왠 떡대들이 고기를 궈먹고 있는데 어째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고기는 타는데 누구하나 젓가락질을 하는이가 없다.
한사람은 눈에 힘을주고 저음의 욕질을 하고있고 다른 이들은 모두 머리만 쳐박고 있다.
아마도 놀러왔다가 두목님 심기를 거스르는 일이 있었던듯 하다.
어지간하면 먹걸랑 혼내키던지 하지.........
괜히 불똥튈까봐 얼릉 돌아 나왔다.
동학교도들이 모였던 장소란다.
엊그제 촛불문화제에 모인 인원이 경찰추산 2만명이라하니 인터넷도 전화도 또 교통편도 없던 저시대에 2만명 이상이 모였다는건 단순 생각해도 놀라운 일이다.
한남금북정맥 종주를 마치며........
뭣모르고 시작했던 정맥길이 금북정맥에 이어 한남금북정맥까지 마치게 됐다.
처음엔 내고향 근방을 돌아나가는 금북정맥이 뭔가 하는 의구심에서 시작했지 꼭 완주를 목표로 했던건 아니었는데 그렇게 내딛었던 발걸음이 여까지 오게 됐다.
이젠 또다른 시작점에 섰다.
한남정맥으로 가볼까 한다.
한남정맥도 역시나 혼자서 가야될거 같다.
혼자서 가는 정맥길이 외롭지 않는냐고 또는 무섭지 않는냐고 물어보는 사람들이 있다.
외롭다 또 간혹은 무서울때도 있다.
근데 왜 혼자서 가느냐고 묻는다.
글쎄요........
처음엔 같이할 사람이 없어서 그랬던거 같다.
허나 지금은 슬슬 혼자만의 산행을 즐겨 가는거 같다.
한없이 자유롭고 한없이 홀가분하고 오로지 나만의 페이스에 맞춰 가는 홀로가는 정맥길의 매력에 빠졌다고나 할까?
금북정맥에 비해 한남금북정맥은 더높았고 더깊었고 더그대로 였다.
앞으로 가게될 한남정맥은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타.
한남정맥도 무탈하고 안전한 산행이 될수있길 바래본다.
한남금북정맥을 찾는동안 들어간 비용을 정리해 본다.
기름값 1,110km x 0.1 x 1,900원 = 210,900원
택시비 103,000원
버스비 10,370원
고속도로비 12,600원
기타 30,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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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6,87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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