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어느 봄날의 일요일.

애들은 다들 중간고사 준비에 여념이 없다.

애비가 되서 공부는 나중에 하고 같이 놀아달라 말해볼 염치가 없더라.

하여 일단 나왔다.

그렇게 나온 발길은 자연스레 고향으로 향하게 되더라.

허나 고향인들 같이 놀아줄 이 하나 없는건 매일반 이고........

이럴때 정현이 새끼만 있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남는건 욕심일까?

 

가는길에 내 모교에 들러본다.

이렇게 아름다운 벚꽃을 본적 있는이 있으면 한번 나와보라 그래라.

 

이렇듯 아름다운 풍경을 나혼자 봐야만 한다는게 안타깝기만 하더라.

나혼자 보기엔 너무나 아까운 풍경이다.

 

덕곡리에 들왔다.

엄마는 버섯재배에 일가시고 누구하나 놀아줄이 없는 고향.

그저 멍하니 고샅만 바라본다.

 

아버지께 기대 앉아......

 

작년 이맘때 정현이 새끼랑 심었던 옻나무에 두엄을 줘본다.

겨우 목숨줄 유지하고 있는 한그루 포함해서 총 4그루 살았더라.

잘 키워보려 한다.

내 생이 다할때까지 정현이 새끼 생각을 하며 함께 하려 한다.

 

집너머 골짜기로 들어본다.

이게 뭐다냐?

고비라 하기엔 그 크기가 너무 크고........

내생전 첨보는 거다.

뭘까?

 

집너머 골짜기 꼭대기에 이르니 나무에 이런 표시를 해놨다.

정현이 새끼 덕분에 이게 뭘 뜻하는 건지 이젠 나도 안다.

경계 표시다.

이 나무를 깃점으로 밑쪽의 나무들은 곧 간벌이 될게다.

 

얘는 천운을 타고난 놈이다.

존치 될거다.

 

빨간줄이 간 얘는.........

안타깝다.

제거될 나무다.

머지않아 이산은 숲가꾸기 사업이 진행될거다.

이명박씨가 대통령질을 하면서 붐이 일듯이 진행된 산림사업의 일환일게다.

이쪽 분야에 대해서도 할말이 있긴 하지만 그만둘란다.

하기 싫다.

 

가찬지골 꼭대기다. 

 

어느 바위에 걸터앉아 한참동안 망중한을 즐긴다.

그 시간이 참으로 행복했다.

난 산이 좋고 숲이 좋고 나무와 풀과 바위와 새와 그리고 산과 관련된 모든것이 좋다.

특히나.......

그 중에서도 가장 좋은 시기의 산은 바로 이맘때다.

산이 막 새싹을 돋으면서 연한 녹색을 띠는 이맘때.

이맘때 숲은 진달래와 벚꽃이 화사하게 피었다가 곧이어 연분홍색 복사꽃이 그뒤를 이어 받을게다.

그 복사꽃이 사그러지면 철쭉이 그뒤를 이어받은후 숲은 점점 더 짙은 녹음이 드리우며 여름을 향해 치달려 갈게다.

난 그 과정의 산에 들면 너무나 행복하다.

특히나 고향의 산에 묻히면 그 행복감은 배가 되리라.

 

산벚꽃은 막바지에 이르렀고 일본잎갈나무는 막 연두색의 옷을 입기 시작했다.

일본잎갈나무는 낙엽송을 이르는 말이다.

  

이 정취해 취해 한동안을 그자리서 떠나질 못했다.

오랜만에 시원하게 거풍도 즐겼다.

이렇게 좋은산을 어찌 쉬이 내려갈수 있으랴........

 

복령대다.

2% 부족하다.

역시나 안나더라.

 

여태까지 280봉인줄 알았던 이곳이 실은 아녔던가 보다.

지형도를 보니 약 310m 가량 되는 봉우린가 보다.

 

암튼 발길 닿는대로 더 가본다.

내고향의 산이라 그런가 어쩜 이리 이뻐 보이냐......

  

산벚꽃도 어쩜 이리 이쁜지........

 

얼레려?

복사꽃이 벌써 피려한다.

계절이 어느새 예까지 왔나보다.

 

여기저기 막 헤메고 댕기다 가찬지골로 내려서 본다.

 

취나물이 막 새순을 내밀었다.

뵈는대로 뜯는다.

 

예전에 겨울이면 토끼 올게미 놓고 수없이 오르내리던 골짜긴데 오랜만에 들었더니 참 많이 바뀌었더라.

군데군데 눈에 띄는곳 빼곤 거의 알아볼길이 없었다.

 

저 통나무를 타고 횡단하면 스릴 꽤나 느끼겠는걸......

아마도 놀이공원서 돈내고 느끼는 스릴에 비해 결코 뒤지지 않을게다.

사진상으로 보는것보다 훨씬 더 높다.

 

연해 보이는 머위나물이 뵈길래 또 뜯어본다.

이거는 쌉쌀한 맛이 괜찮다.

요만할땐 무쳐먹으면 맛있고 , 좀 더 크면 쌈싸먹어도 괜찮다.

 

우린 백지라 부르던 건데 잎새귀는 나물로도 먹는단다.

정확친 않지만 딴동네선 아마 이걸 당귀라 할껄?

 

조팝나무꽃이 흐드러지게 폈다.

 

조팝나무꽃과 내고향 머그네미.

 

가찬지골 입구께서 보는 내고향 머그네미.

 

약 세시간여의 산행을 마치고 내고향을 나선다.

딴데서는 귀하다고 소문난 흰민들레가 내고향 어귀에는 이렇듯 지천으로 널렸더라.

 

이쪽도.......

 

아쉬운 마음에 다시찾은 모교.

아까는 아무도 없더니만 지금은 그나마 몇사람 보인다.

바람이 일때마다 꽃비가 내린다.

이렇게 아름다운 풍경을 겨우 십여명 남짓서만 봐야된다는건 이 풍경에 대한 모독이라 느껴졌다.

한 삼천여명은 봐야 되는 풍경인데.......

여기서 내 74명 밖에 안되는 초등핵교 동창중에 명숙이네 가족을 만났다.

마곡사에 가족나들이 가는 중이었단다.

반가웠다.

 

할일도 없고 가는날이 장날이라고 진짜로 오늘이 유구장날 이더라.

 

하여 구경삼아 가본다.

 

내가 여기살때 인구에 반토막 밖에 안된다니 장의 규모도 그만큼이나 줄어들었다는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옛날의 그 모습이 아녔다.

사람도 , 상인도 , 물건도 그리고 거기에 비례하는 왁자지껄함과 부산함도 그만큼이나 반감되 있었다.

오랜만에 맛보고 싶었던 곤계란은 파는이가 없으니 맛보지 못했고 , 내사랑하는 이가 좋아하는 손만두에다 , 콩국수 해먹을라고 예산국수 하날 사들곤 털래털래 내집을 향해 발걸음을 옮긴다.

고향이란건 참 좋은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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