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 제? 2009년 11월 14일 흙날 , 15일 해날
누 구 랑? 내 친동생이랑
어 딜? 성삼재-노고단-돼지령-임걸령-노루목-삼도봉-하개재-토끼봉-명선봉-연하천산장-삼각봉-형제봉-벽소령산장-덕평봉-선비샘-칠선봉-영신봉-
세석산장-촛대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산장-제석봉-통천문-천왕봉-천왕샘-로타리산장-천왕폭포-법계사 입구
도상거리? 29.7km
소요시간? 18시간 45분
드뎌 벼르고 벼르던 지리산 주릉 종주 산행에 나섰다.
동생과 더불어 여러번의 번복과 또 아주 치밀한 준비끝에 그렇게 발길을 뗐다.
근데 준비가 너무 치밀했었나?
돌이켜 보니 이번산행에 두가지의 큰 실수가 있었다.
첫번째 실수는 짐관리의 실수 였다.
너무나 많은 짐을 준비했다.
지고가보니 실상은 침낭도 필요가 없었고 , 두세벌씩 준비한 여벌옷과 속옷 그리고 내복도 필요가 없었다.
먹을거리는 말도 못한다.
어깨를 짓누르는 엄청난 양의 먹을거리를 지고 댕기느라 어깨는 피멍이 들었고 , 그만큼 산행속도는 더뎌지고 산행시간은 그렇게 늘어만 갔다.
어쨌든 무거운 짐은 이번 산행을 고되고 힘들게 만들었고 , 그만큼 지리산 산행의 묘미는 떨어질수 밖에 없었다.
두번째 실수는 잠관리의 실수 였다.
금욜날 아침에 눈을 떠선 토욜날 세석산장서 눈을 감는동안 까지 총 한시간을 못잤으니 흐리멍텅한 눈으로 바라봐야만 하는 지리산이 아름답게만 보이진 않았으리라.
하여튼 그렇게 졸린눈을 비벼가며 , 묵직한 배낭을 짊어진채 고행의 그 산길로 접어 들었고 결국은 그 끝을 보았으니 그러면 된거 아니겠는가.......
들머리쪽서 본 오늘산행의 발자취.
이건 날머리쪽서 본거.
13일의 금요일.
기대도 되고 설레기도 하고 또 우려도 되는 지리산 주릉 종주 산행길의 시작은 이렇게 천안역서 10시 50분발 무궁화호 열차에 몸을 실음으로서 시작되었다.
기차에 몸을 맡긴 시간동안 조금이라도 자보려 별짓을 다해보지만 끝내 잠은 이루지 못했다.
거참 묘하다.
평상시엔 땅에서 발만 떨어졌다 하면 잠에 취하는 스타일인데 이럴땐 어찌 그리 잠이 들어지지가 않는지.......
암튼 그렇게 찌뿌둥한 몸과 흐리멍텅한 눈을한채 구례구역에 내렸다.
구례구역 대합실을 빠져나와 두당 만원씩 하는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올랐다.
막상 오르고보니 4시나 돼야 출입을 허가 한다기에 커피 한잔 마시며 마음의 준비를 했다.
'화이팅 이다'
여기서 부터가 지리산 주릉길의 시작인듯 하다.
천왕봉이 25.5km 남았단다.
확실히 야간산행은 재미가 없다.
뭣하나 뵈는것도 없이 흐릿한 랜턴불빛 하나만 쳐다보며 가야하는 산행길이 그리 답답할 수가 없었다.
그렇게 답답한 상태에서 열심히 걸었더니 어느새 피아골 삼거리에 이르고.........
내동생이 많이 힘든 모양이다.
타고난 하체를 가졌다고 의욕에 넘치던 좀전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고 , 짐에 형평이 맞지 않는다며 투덜대기 시작한다.
제놈 입으로 '형은 무릎이 약하니께 내가 더 질께' 하던 그말은 벌써 잊은게냐?
암튼 나중에 들으니 요쯤서 너무 힘들어 괜히 왔단 생각도 했었단다.
어둠속에서 맞은 삼도봉의 정상 표식.
동편으로 날이 밝을 기미가 보이기 시작하고...........
어느새 하늘은 이렇게 열렸다.
지리산의 날씨 참 변화무쌍 하더라.
일출도 보여줄듯 보여줄듯 하더니만 결국은 때맞춰 먹구름을 보내 덮어 버렸다.
아마도 다음에 다시오란 뜻이리라.
지리산의 아침.
지리산의 더 밝은 아침.
하얗게 색을 바꾼 지리산의 나뭇가지들.
그리곤 맞게되는 연하천 산장.
여기서 아침을 먹었다.
라면 끓여서 밥말아 먹었다.
지리산의 아침.
지리산의 또다른 아침.
지리산의 바위와 그틈을 비집고 자란 멋진 나무 두그루.
우리 형제들처럼 오붓한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저기도 멋진 바위와 멋진 나무.
아침을 먹고나서 조금은 생기를 찾은듯한 내동생.
어차피 짊어지고 온거 무조건 다먹고 가야 된다던 내동생.
힘들게 짊어지고 온만큼 남은 못줄거 같다던 내동생.
때문에 열심히 먹었고 또 열심히 줄였다.
아침을 먹고나니 짐이 한결 가벼워 졌단다.
여긴 벽소령산장 이다.
여기선 점심을 먹었다.
여기서도 열심히 먹었지만 아직도 남은양은 엄청나고..........
그만큼 어깨는 짓눌려지고 발걸음은 무거워 진다.
미련하다 미련하다 이렇게 미련할수도 있을까..........
구름속에 묻힌 지리산의 연봉들.
깍아지른 절벽위에 뿌리를 드러낸체 힘겹게 버티고 서있는 나무 한그루.
너도 참 어쩌다 그곳에 자리를 잡아 그토록 힘든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지리산의 계곡들.
어느새 다다른 선비샘.
선비샘의 유래.
화전민 이씨가 죽어서라도 남에게 존경을 받고싶어하자 그 자식들이 샘터위에 무덤을 썼고 , 사람들이 샘물을 마실적마다 허리를 굽혀 무덤으로 절을하니 남들로 부터 존경아닌 존경을 받게 되었단다.
나도 본의아니게 화전민 이씨에게 예를 갖췄다.
샘터위에는 예전에 묘터로 추정이 되는 장소가 일부 눈에 띄긴 했다.
어느새 지리산은 안면을 싹바꿔 날씨를 이렇게 만들어 버리고.........
이게 칠선봉 직전의 계단이던가?
암튼 죽을똥 살똥 올랐다.
그래도 올라서서 뒤돌아 보는 모습은 이렇게 훌륭했다.
구름속에 묻힌 지리산의 숲과 나무들.
여전히 힘겨워 뵈는 내동생.
아무리 타고난 하체를 가졌더래도 쓰지 않으면 만들고 다져진 하체보다 그리 낳을건 없지 싶다.
멋있다.
또 보고 싶다.
또 보고 싶다.
이런 아름다운 모습을 눈앞에 두고도 조망이 안된다고 계속하여 투덜대며 가는 내동생.
이런 풍광을 보고도 아름다움을 느끼지 못한다면 아무리 빼어난 조망인들 눈에 차기나 하겄냐?
세석산장.
산행첫날의 일정은 여기까지 다.
힘들고 고달펐던 하루의 산행일정을 마쳤다.
나도 이젠 살거 같더라.
저녁은 거하게 했다.
이렇게 삼겹살도 굽고............
홍어에 묵은 김치를 얹어..........
이렇게 홍어삼합과 함께 소주도 했다.
짐을 줄이려 일단 이것저것 넣고 끓인다.
개밥이 따로 없다.
하루의 산행을 마치고 여유로운 상태로 바라뵈는 세석산장 앞의풍경.
지리산의 하늘에서 내리는 눈.
우리가 하루 묵을 곳.
생전 산장이란 곳선 첨 자본다.
참 별의별 사람 다 있더라.
코골고 , 이갈고 , 잠꼬대 하는 사람들이야 어디든 있는거고........
큰 소리로 전화를 하는사람 , 옆사람과 웃으며 떠드는 사람 , 밥늦게까지 술타령을 하다가 고주망태가 되어 들어오는 사람.
그리고 그런 그들에게 잠좀자자고 외치는 사람.
그리고 나처럼 고된몸을 이끌고 자고 싶어 죽겄는데 잠이 안와 괴로워 하는 사람.
하여튼 저런 많은 부류의 사람들이 모두 깊은잠에 빠지는걸 모두 지켜본 후로도 한참을 뒤치락 거린끝에야 소주 한팩을 쏟아붓고는 간신히 잠에 들었다.
그것도 아주 잠깐 동안만............
세석산장의 아침.
저기가 촛대봉 인가?
세석산장에서 바라뵈는 산그리메.
또 개밥.
자.........
먹었으니 또 가자.
나나 쟤나 오늘은 확실히 발걸음이 가볍다.
그만큼 짐도 가벼워 졌다.
발걸음과 짐의 무게는 비례한다.
이런 지극히 당연한 진리를 아주 개고생을 한후에야 터득한다.
때문에 우린 바보다.
촛대봉을 오르며 돌아보는 세석산장.
지리산의 능선들도 멋있지만 저 산장도 보통 멋있는게 아니다.
우리가 저렇게 아름다운 곳서 하루 묵었다.
죄다 하얀 나무와 바위들.
지나던 구름들이 늘러붙은 모습인가?
아마도 저기가 촛대봉 정상의 모습일게다.
내모습 이다.
비록 가린 모습이긴 하나 첨으로 얼굴을 공개 한다.
밝은데서 보면 산도적인데............
날씨가 얼마나 변화무쌍 한지 구름이 날러댕기는게 뵐 정도다.
그나마 뵈던 조망도 잠시후 먹구름이 몰려들며 금새 삼켜 버린다.
천왕봉이 가까워 오나 보다.
나무들이 갈수록 힘겨워 뵌다.
날씨가 보통 추운게 아니다.
아.......
춥지만 멋있다.
장터목 산장.
지리산의 설경.
진짜 멋있다.
꼭 또 와보고 싶다.
어느것 하나 기멕히지 않은게 없다.
오래지 않아 지리산 천왕봉 정상석 앞에 섰다.
바람이 쎌뿐 아니라 얼마나 차던지.........
정상 한켠서 일인시위 중이신 분.
한국인의 기상 여기서 발원 되다
'지리산 케이블카 결사반대'
'어머니 지리산에 철탑을 꽂지 마라!'
-김병관(전 연하천대피소 소장)-
글쎄다.
난 솔직히 자세한 내용은 모른다.
지리산에 왜 케이블카를 놓으려 하는지 또 왜 철탑을 꽂으려 하는지.......
그리고 여기 김병관 이란 이분은 또 왜 이토록 결사적으로 이걸 막으려 하는지.......
케이블카를 놓고 철탑을 꽂으면 무슨 득이 있고 또 어떤 실이 있는지도 모르겠다.
근데 난 그냥 싫다.
이렇게 아름다운 지리산에 어떤 시설물이 들어선다는 거 자체가 싫다.
뭔가를 꽂기위해 땅을 파는게 싫고 , 또 뭔가를 꽂기위해 길을 내는게 싫다.
지리산은 그냥 놔두자.
암것두 꽂지도 말고 , 아무데도 파지도 말자.
천왕봉이 보고 싶거든 그딴거나 얻어타고 거져 오르려 하지말고 , 뼛심들이고 발품들여 두발로 올라오자.
그래야 지리산이 산다.
제발 지리산 만큼은 그냥 두자.
'경부는 더이상 지리산 국립공원을 파괴하지 마시오!'
나도 한마디 덧 붙인다.
'4대강도 파괴하지 마시오'
이젠 중산리쪽으로 하산한다.
경사 참 급하더라.
법계사 일주문을 지나쳐......
마지막으로 끓여먹은 개밥.
육포를 넣으니 소고기국이 되데..........
로타리산장서 길을 잘못 들었다.
칼바위를 지나 바로 중산리로 내려서는 길로 들어선줄 알았는데 다 내려와서야 잘못 내려온걸 알았다.
어쩐지 등산객이 갑자기 급감한다 했다.
덕분에 보게된 폭포.
계곡이름은 모르겠지만 하여튼 멋진 계곡을 따라 한참을 내려왔다.
천왕봉의 이정표엔 중산리까지 5점 몇키로 였는데 여긴 합산거리가 7키로가 넘어가길래 길을 잘못 들었음을 눈치챘다.
어느 포장도에 내려서니 법계사에서 운행하는 버스가 있길래 타고 내려왔다.
요금은 맘내키는 대로 란다.
그것 참 웃긴다.
그냥 얼마 내라고 하지........
중산리서 돌아보는 천왕봉의 모습.
또 올껴.
이곳 인근으로 곶감을 많이 하나보다.
가며가며 이런 모습을 흔히 볼수 있었다.
아직 따다만 감나무들도 엄청나게 많았고...........
이곳서 막걸리로 하산주를 간단히 하고 3시 50분발 진주행 버스를 탔다.
진주까지 1시간 10분 걸리더라.
진주서 대전가는 5시 30분발 버스를 타고 , 대전서 천안가는 7시 50분발 버스를 타고 이래저래 집에오니 9시가 약간 넘었더라.
이렇게 나의 첫 지리산 산행은 끝이났다.
고되고 힘든 산행 이었다.
다음번에 다시 가게 된다면 한결 수월하게 갈수 있을거 같다.
이래서 직접 겪어봐야 되나보다.
멀지않은 때에 또 찾게 될거 같다.
정말 괜찮았거든........
내 동생아!
고생했다.
다신 안갈거라고?
에이 그러지 말고 조만간 덕유산도 한번 가자.
고생 많았다.
덕분에 잘 댕겨왔다.
항상 재미나고 건강한 삶 되거라.
'산 > 여타의 산줄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광덕산 둘레길. (0) | 2010.05.19 |
---|---|
아..... 지리산이여......... (0) | 2009.11.17 |
지리산 주릉에서......... (0) | 2009.11.16 |
또 산에 갔다. (0) | 2009.11.09 |
짐때울고개서........ (0) | 2009.11.0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