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두대간 서른여섯번째(성삼재서 중산리 까지)
언 제? 2016년 05월 06일 쇠날에서 07일 흙날 까지
누 구 랑? 나혼저
어 딜? 성삼재-노고단대피소-돼지령-임걸령-노루목-삼도봉-화개재-토끼봉-명선봉-연하천대피소-형제봉-벽소령대피소-선비샘-칠선봉-영신봉-세석산장(1박)-촛대
봉-삼신봉-연하봉-장터목대피소-제석봉-통천문-천왕봉-통천문-제석봉-장터목대피소-유암폭포-칼바위-중산리
도상거리? 33.7km
소요시간? 18시간 01분
백두대간 서른여섯번째 산행에 나서본다.
이번 산행이 의미있는건 아마도 졸업산행이기 때문이리라.
어디 백두대간 뿐이랴.......
오늘로서 1대간 9정맥의 졸업산행도 겸하게 되었다.
남북이 통일되지 않는한 이젠 더 가고자 한들 산경표상의 대간과 정간 그리고 정맥은 더이상 갈곳이 없다는 뜻이다.
돌아켜보면 참으로 오랜세월 왔고 , 많은 사연과 추억을 남기며 왔다.
많은 이들이 일반산행으로 입문하여 백두대간을 통해 9정맥으로 발길을 옮기는 패턴을 이어왔다.
헌데 나같은 경우는 나고 자란곳이 특별하야 우연찮은 기회에 정맥에 먼저 발을 들이게 되었다.
하여 모든 산줄기의 지존이며 최고의 하이라이트인 백두대간을 맨 마지막으로 배치하게 되었다.
덕분에 1대간 9정맥의 대미를 지리산 천왕봉에서 마무리하게 되었고 , 3대가 덕을 쌓아야만 허락한다는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까지 보았으니 이만하면 더없이 멋진 졸업산행이 되지 않았나 싶다.
2016년 5월 6일 금요일이 임시공휴일로 지정이 되며 4일간의 연휴가 주어졌다.
오래전부터 오늘을 1대간 9정맥 졸업산행일로 계획하고 있었다.
2016년 5월 5일 천안역에서 11시 53분발 밤열차를 타고 대업 완수를 위한 여정이 시작되었다.
새벽 3시가 조금 넘은시간 구례구역에 도착했다.
역명이 구례구역이라 구례땅인줄 알았더니 순천땅 이란다.
구자가 '입구(口)'자 란다.
구례의 입구라는 의미의 역명이랜다.
어쨌거나 두당 만원씩하는 택시를 타고 성삼재에 올랐다.
하늘은 이렇듯 빗님까지 내려보내 나의 1대간 9정맥 졸업산행을 축하해 주고 있었다.
굳이어 안그러셔도 되는데...........
빗속을 뚫고 노고단대피소에 이르렀다.
여서 삼각김밥 하나로 허기를 달래고 출발을 하려는데.........
요렇게 길을 막아놓았다.
아마도 비바람 때문인거 같다.
한 30여분 발목을 잡힌체 하릴없이 시간만 축냈다.
어떤이는 화엄사서 올랐는데 2시간을 잡혀 있었단다.
난 아무것도 아닐쎄.........
비내리는 지리산의 날등을 아무 생각없이 그저 걷다보니 어느새 날은 밝았다.
허나 빗님은 아직도 축하중이다.
내리는 비에 진달래 숲이 새초롬 하다.
화사한 꽃이 만발한 시기는 놓쳤지만 비에 젖은 새초롬함도 이쁘기 그지없다.
지리산의 아침 풍경.
몽환적인 분위기가 그럴싸해 뵈지만 실상은 내리는 비와 세찬 바람에 진행이 보통 성가신게 아니다.
돼지령에 닿았다.
요기가 어딘가 삼거리라 했는데 기억이 안난다.
암튼 저앞의 이정표가 가리키는 우측으로 어딘가로 내려서는 하산길이 있다.
요 사진이 괜한 사진이 아니다.
임걸령 샘터 갈림길서 카메라를 그만 떨어뜨려 버렸다.
그렇게 떨어진 카메라는 마지막으로 이 사진을 남기고 액정이 나가 버렸다.
난감했다.
액정은 나갔으되 카메라 본연의 기능은 유지할수 있겠다는 생각에 이후로도 계속하여 찍긴 찍었다.
물론 핸드폰과 병행하여 같이.........
떨어진 카메라를 주워 찍은 사진이다.
돌아와 확인해보니 이렇듯 기능은 살아 있더라.
암튼 여기가 임걸령 이다.
임걸령샘의 수량은 언제나 이렇듯 풍부하다.
반야봉을 댕겨올수 있는 노루목.
기냥 간다.
바위속에서 물흐르는 소리가 나길래 돌아보니 저틈을 통해 많은 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실상은 신기한 모습이었는데 사진은 그런 신기함까진 표현해 내지 못한다.
이 높은곳에 자리한 이도.........
또 이 높은곳에 모신분들도.........
보통 사람들은 아닐게다.
삼도봉.
날나리봉 이라고도 한단다.
먼저번 마곡사 근방서 봤던 야생화가 여기에도 많다.
찾아보니 바위말발도린가?
암튼 무슨 말발도리란 꽃이란다.
바위떡풀 이라던가?
내 두눈으론 이 바위와 저앞의 주목의 조화가 대단해 뵜었는데 역시나 카메라는 그런걸 표현하는 능력이 전혀 안된다.
아직은 수줍음을 가시지 못한 얼레지.
화개재 다.
저기서 좌측으로 하산한적이 있다.
뱀사골 계곡이라 했던거 같다.
반선이란 마을이던가?
저짝 하산길도 참 지겨울 만큼 길게 이어졌던거 같다.
물기를 머금어 깨끗하고 맑게 뵈는 현호색.
토끼봉도 지나쳐 간다.
그동안 전혀 못보던 나문데 뭘까 싶어서.........
힘겨운 계단길.
연하천 대피소.
8년전에 내동생놈과 더불어 지리산 종주를 했던적이 있었는데 그때 여기서 아침을 먹었었다.
오늘은 그런거 없다.
아침이니 점심이니 이런 개념없이 그저 틈나는 대로 먹고 , 쉴적마다 먹었다.
첨보는 꽃.
역시나 이름은 전혀 알수 없는 꽃.
허나 참 이쁜 꽃.
얘도.........
혹여 개별꽃의 한종류일수 있겠다는 추측만.........
오골계 만한 까마귀.
실제로 보면 참 크다.
서서히 구름이 걷히고 하늘이 열린다.
그리곤 이렇듯 지리산이 제 모습을 보여주기 시작한다.
지나온 길이다.
구름에 묻혔으니 가늠할 길이 없다.
그래도 구름과 조화를 이룬 산도 괜찮다.
이짝은 나아갈 방향이다.
천왕봉이 우뚝하고 , 산능을 타고넘는 구름과의 조화가 얼마나 멋스러운지 모른다.
장관이 따로없다.
다른 한쪽은 이렇듯 끝없는 망망대해.
구름이 계속하여 산능을 도발하더니 벽소령대피소는 이렇듯 구름의 습격을 피하지 못했다.
또다시 하늘이 열리고 가야할 영신봉과 촛대봉 그리고 천왕봉까지 훤히 뵌다.
카메라는 표현이 안되지만 장터목대피소도 육안으로 확인이 가능했다.
거기에 선 안내판 이다.
지리산과 구름.
이쪽은 남쪽 조망이다.
하얀 남해바다가 끝없이 펼쳐져 있다.
그 망망대해 사이 홀로 떠있는 저섬은 아마도 광양의 백운산 이리라.
이쪽 방향으로 저만한 세를 가진산은 그산밖에 더 있으랴.
하양제비꽃.
노랑제비꽃.
칠선봉도 지나쳐 간다.
하늘은 안면을 확실하게 바꿔 이젠 햇살이 따갑다.
따땃한 햇살이 비추는 바위턱에 기대앉아 영신봉을 바라본다.
저기만 넘어서면 오늘 1일차 산행의 종점인 세석대피소가 있으리라.
그리곤 깜빡했나보다.
영신봉은 그대로되 어디선가 구름들이 몰려들었다.
그리고 시간은 30여분이 흘러가 있었다.
따땃한 햇살에 그만 잠이 들어 버렸던 게다.
어쨌든 달콤하게 잘잤다.
드뎌 영신봉에 올라섰다.
이봉서 낙남정맥이 분기한다.
몇해전에 눈쌓인 영신봉 정상서 간단하게 제를 지내고 낙남정맥에 발을 들였었다.
이젠 한때의 추억으로 남았다.
영신봉을 내려서며 오늘 산행도 서서히 마무리가 되어간다.
요앞에 세석대피소가 뵈고 , 그 건너편으로 구름에 묻힌곳은 촛대봉 이다.
세석대피소에 짐을 풀었다.
그리곤 쇠고기를 궈서 처음으로 밥다운 밥을 먹었다.
술잔이 없어 소주도 병째 들이부었다.
얼근하게 취해선 또 샘가 양지바른 벤취에서 그렇게 또 잠이 들었다.
몸도 나른하고 , 날씨도 나른하고 , 바람도 나른하고 , 마음까지 나른하니 그저 머리만 붙이면 잠이 온다.
행복한 잠이다.
다음날 새벽 일찍 밥을 지어먹고 이른 길을 떠났다.
천왕봉의 일출을 보기 위해서다.
저앞에 불빛이 뵈는 곳이 장터목대피소 다.
여까지 오는동안 널널하게 왔다.
충분히 쉬고 , 충분히 싸고 , 마음도 여유롭게.........
헌데 이 사진을 찍고나서 상황이 급 반전됐다.
10년이 넘는 산행경력을 가진 내가 설마 해뜨는 시간을 모르랴.........
근데 몰랐다.
요쯤서 누군가와 대화를 나누다 천왕봉의 일출은 내가 생각한 시간보다 30여분 빠르다는걸 알았다.
그리곤 뛰기 시작했다.
호흡은 거칠다 못해 곧 숨이 넘어갈듯 하게.........
허벅지는 땡기다 못해 곧 찢어질듯이........
심장은 바운스바운스 하게........
정말 앞뒤 안보고 오로지 천왕봉의 일출만을 향해 피똥싸게 달렸다.
그리곤 보았다.
내아버지와 내할아버지의 덕으로 천왕봉의 일출을 맞았다.
다만 나의 덕이 부족하여 막 시작되는 모습을 보진 못하고 이렇듯 반쯤 걸린 모습부터 보았다.
3년여에 이른 나의 백두대간 종주는 이렇게 아름답게 끝을 맺었고 , 10년이 넘는 세월을 이어온 1대간 9정맥의 대미는 이렇듯 지리산 천왕봉의 일출과 함께 그 종지부를 찍었다.
이제 완전히 떠오른 해를 보며 여러가지를 빌었다.
지리산의 산신령님은..........
그동안 걸어온 1대간 9정맥의 산신령님은 나의 바램을 들어주실 거다.
정상석 인증샷은 경쟁이 치열하여 아예 생각도 않고 이렇게 정상석만 사진으로 남긴다.
이제사 숨을 고르고 그동안 걸어온 지리산의 주릉을 돌아본다.
웅장한 지리산의 등줄기가 한눈에 들온다.
정말 장엄하다.
이쪽은 남부능선 쪽이다.
아마도 저게 삼신봉이 아닐까 한다.
잠시 한눈을 판사이 해는 저만큼이나 떠올랐다.
다음에 또 예서 일출을 다시 맞을날이 있을게다.
저짝은 하산해야할 중산리 쪽이다.
원래는 중산리서 법계사를 거쳐 직하하려 했었는데 계획을 바꿨다.
아까 너무 급히 오는 바람에 스쳐 지나쳤던 곳을 찬찬히 다시 훑으며 느껴보려 한다.
해는 어느새 저만큼 떠올라 천왕봉의 꼭지점을 막 벗어나려 하고 있다.
중산리쪽.
아까 뛰는 바람에 제대로 못봤던 제석봉 고사목 지대.
다시 장터목대피소.
여서 간식으로 간단히 배를 채우고 중산리쪽으로 하산을 시작했다.
첨가보는 길이다.
여기도 참 웅장한 곳인데 사진이 표현을 못한다.
중산리쪽 계곡.
여기도.
여기도.
여기도.
큰 규모의 폭포.
그곳엔 이런 이정표가 섯다.
유암폭포 란다.
중산리쪽 계곡.
여기도.
여기도.
본의아니게 내려선 곳인데 계곡이 크고 깊고 웅장하기가 이를데 없다.
잘온거 같다.
여기가 법계사쪽 등로와 만나는 곳이다.
칼바위 란다.
역시나 첨 접한다.
그리곤 하산 완료했다.
주차장에 갔더니 이런게 걸렸다.
축하사절단이 걸어둔거다.
요렇듯 꽃다발도 준비했고..........
기념패까지..........
여까지 와준것만도 그 괘씸함이 하늘을 찌르는데 참 여러가지도 준비했다.
축하사절단의 모습이다.
준비한 마음 씀씀이를 보니 보통 섬세하고 구여운게 아니다.
이쁘다 못해 때려주고 싶다.
내 이 원수는 두고두고 몇배로 갚아주려 한다.
돌아오는길에 이곳에 들러 뒷풀이 전초전을 했다.
그리곤 내동네로 이동해서 본격적인 뒷풀이를 했다.
쇠고기 날로 먹는걸로...........
쇠고기 궈먹는 걸로..........
이번에 이틀동안 걸은 궤적이다.
빨간색 이다.
첫날 걸은 흔적이다.
요건 두번째 날꺼.
백두대간 전구간 궤적 이다.
이건 그동안 걸어온 1대간 9정맥 전체 궤적이다.
돌이켜 봤다.
뭣도 모르고 금북정맥에 첫발을 들인때가 2006년 7월이더라.
그러니 꼭 10년 하고도 10개월이 걸렸다.
10년의 세월.........
여태까지의 내인생이 45년이니 20%가 넘는 만만찮은 기간이다.
당시에 초등학교도 입학하지 않았던 먼저나온놈은 이제 고등학생이 되었고 , 기저귀 차고 똥싸던 나중에 나온놈은 초등학교 6학년이 되었다.
30대 중반에서 40대 중반.
사회에서 가장 왕성하고 활발하게 활동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허나 또다른 한편으론 사회에서나 가정에서나 느껴지는 압박감이 극에 달할 시기이기도 하다.
그때..........
아마도 내곁에 산이 없었다면..........
과연 내가 무탈하게 그 압박감을 이겨낼수 있었을지 의문스럽다.
산은 내가 사회에서 낙오되지 않으려 발버둥 칠때 내손을 잡아주던 존재였고 , 한가정의 가장으로서 짊어진 짐에 허덕이고 있을때 그짐을 덜어줬던 그런 존재였다.
앞으로도 마찬가지다.
40대 중반에서 50대 중반.
아마도 지난 10년보다 더 힘든 압박감과 의무감과 싸워야 할게다.
그래도 두렵지 않은건...........
산!
바로 네가 있기 때문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