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정맥 스므번째(소호고개서 석남고개 까지)
언 제? 2015년 02월 16일 달날
누 구 랑? 회사동료 세명과
어 딜? 소호고개-삼강봉-백운산-소호령-고헌산-와항재-운문령-상운산-가지산-석남터널
도상거리? 23.0km
소요시간? 13시간 10분
16 , 17일 회사에서 전체년차로 설연휴와 연계하여 무려 9일간의 휴무가 주어졌다.
아마도 내가 사회생활을 시작하고 가장 최장기간 휴무가 아닌가 한다.
하여 낙동정맥 땜빵 계획을 세우는데 회사동료 몇이서 관심을 보인다.
이른바 '노' , '김' , '지' 다.
이중 '노'는 이미 산행실력의 출중함이 여러차례 검증된바 있지만 나머지 둘은 사실 발바닥에 핏기도 마르지 않은 쌩초보에 불과했다.
하여튼 가본다.
가다 도저히 안되겠다 싶으면 내려보내면 되는거지 뭐...........
새벽녘의 소호고개는 이렇듯 주먹댕이 만한 눈이 내린다.
이 계절에 따뜻한 남쪽나라인 이곳에서 이런 눈을 만날거라는 예상은 전혀 하지 못했다.
산이란 참 묘한거다.
한동안 야간산행을 하다가 이제사 겨우 날이 밝았다.
날이 밝고보니 눈이 이렇게나 많이 내렸다.
그리고 현재도 진행형 이다.
눈속을 뚫고 삼강봉을 거쳐 간다.
백운산도 거쳐 간다.
백운산을 지나면서 바닥은 눈속에 숨은 돌로인해 진행이 지랄맞고 , 눈의 무게로 그 허리를 휜 나뭇가지들 역시 진행을 어렵게 만든다.
고헌산을 오른다.
오늘 총산행구간의 3분의 1도 지나지 않았건만 동료 한명이 힘겨워 한다.
'김' 이다.
고헌산에 올랐다.
남쪽나라는 따뜻하기만 할줄 알았다가 이쯤서 제대로된 추위와 바람을 맛본다.
산은 참 알수없는 존재 다.
고헌산을 내려간다.
내 개인적으로 오늘 구간중 최고의 난코스로 꼽는 곳이다.
돌은 왜그리 많은지..........
눈속에 묻힌 돌에 여러차례 발목이 꺽이고 , 눈속에 숨은 빙판에 여러차례 미끄러지며 참으로 힘겹게 고헌산을 내려선다.
와항재에 내려섰다.
쬐끄만 산하나를 넘어 불고기 식당이 즐비한 고개에 이른다.
여기가 와항잰가?
고도를 낮추니 이곳은 또 비가 내린다.
암튼 여기서 막걸리 한잔을 하고 가는데 비에 젖은 몰골로 차디찬 막걸리 한잔 넘기는 것도 쉬운일은 아니다.
와항재를 떠나 얼마안가 점심을 먹는다.
지도상엔 나타나지 않은 신원봉도 지나쳐 간다.
힘겨워 하는 '김'
운문령 이다.
여기서 '김'에게 마지막 선택의 기회를 줬다.
여기를 벗어나면 이젠 더이상 돌이킬수 없다고.........
운문령을 떠나 상운산을 향해 간다.
물론 '김'도 함께...........
여기서부터 동료들의 입에서 탄성이 끊이질 않는다.
너무나 기멕힌 상고대 터널을 지나쳐 간다.
올겨울 들어 지리산 , 오대산 , 태백산 등등등..........
숱한 유명산들을 올라섰지만 그 어디서도 보지 못했던 최고 품질의 상고대를 여기서 접한다.
사실 전혀 기대치 않았었기에 더더욱 환상적으로 다가왔는지 모르겠다.
귀바위 란다.
상운산 정상은 이렇게 생겼다.
'노'
경북 울진의 송이밭을 누비던 버섯꾼답게 산행능력은 가히 프로급 이다.
'지'
이제 산행경력 서너차례의 , 그것도 탱자탱자 동네 뒷산이나 거닐던 쌩초보가 막상 뚜껑을 열고보니 내가 범접키 어려운 숨은 고수더라.
사람 얼굴형상을 한 쌀바위.
쌀바위 대피소서 막걸리 한잔씩을 하며 기력을 보충 한다.
이쯤서 '김'의 안색은 말이 아니다.
시체가 따로 없다고 해야할까.........
쌀바위 표지석만 간신히 남기고 간다.
안내판도 읽어보고 싶었지만 서리가 두껍게 내려앉아 읽을수가 없었다.
가차이서 올려보는 쌀바위.
그리곤 그렇게 가지산 정상에 섰다.
그동안 숱하게 겨울산의 정상을 접해왔지만 이렇듯 정상석에 얼음이 두껍게 얼어붙은 경우는 또 첨본다.
이 이정목을 보면서 이곳의 추위와 바람이 조금은 짐작이 되리라........
흡사 지리산의 천왕봉에 올라서있는 착각에 빠진듯 했다.
가지산 정상과 '지'
이렇게까지 빡쎌꺼라곤 예상을 못했단다.
산행 다음날 들으니 발목이 퉁퉁 부었단다.
가지산 정상서부터 꾸준히 고도를 낮춘다.
아침에 마빡에 불달고 시작한 산행이 저녁에도 역시 마빡에 불달고 끝을 맺는다.
어둠속 저앞쪽 어딘가에 불빛이 보인다.
그렇게 석남터널에 내려섰다.
내려서고보니 마루금서 벗어났다.
어쨌거나 왔다.
오늘걸은 궤적 이다.
그동안 걸어온 궤적 이다.
아직도 땜빵할게 한구간 더 남았다.
아마도........
그마저도 저3총사와 함께 할거 같은데 어쩔지 모르겠다.
이번엔 이렇게 걸었단다.
산행후 언양으로 이동해서 언양불고기로 뒷풀이를 했다.
밝은데서 보니 '김'의 안색이 많이 안좋다.
발목도 션찮고 속도 불편하단다.
지나서 말인데 운문령서 솔직히 흔들린게 사실이란다.
다만 중도포기로 인해 회사에서 듣게될 뒷말이 두려워 차마 그만둘수가 없었단다.
본인이 40여년 이상을 살아오면서 정말 큰 경험을 했고 , 오늘을 결코 잊을수가 없을거 같단다.
그럴거다.
오늘 구간이 낙동정맥 구간중에서 꽤나 난이도가 있는 구간인건 사실이다.
사실 나도 힘들었다.
하물며 이제 겨우 너댓차례 산행 경력이 전부인 그가 안힘들다면 그게 더 이상하지.........
담에 또 가자니 일단 두고 보잔다.
하지만 나는 안다.
곧 또 따라 나설거라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