덕곡리 환종주.
넷째주 토요일 이다.
매월 넷째주는 대간이나 정맥산행이 없는 주다.
이럴때 금요일 저녁에는 별다른 일이 없는한 술을 마셨다.
다음날이 쉬는날이니 좋은사람과 부담없이 한잔 할수있는 절호의 기회인 셈이다.
가족들하고도 많이 마셨고 , 그이외엔 주로 정현이 놈이랑 마셨다.
어제 저녁은 그놈의 빈자리가 참으로 크게 느껴졌다.
우울했고 , 심란했고 , 한잔 하고도 싶었다.
예전처럼 전화 한통이면 바로 달려올것만 같은데 이젠 그 통화의 대상 자체가 없다는게 실감이 나질 않았다.
오늘 아침에 눈을 뜨고나서도 그놈의 빈자리는 또 크게 다가왔다.
아마도.......
놈이 있었다면 오늘도 분명 함께 했을거다.
같이 산을 탔을수도 있고 , 같이 마캐러 갔을수도 있고 , 그도 아니면 대낮부터 술잔을 부딪치며 술타령을 했을지도 모른다.
언제부턴가 그놈은 내인생 깊숙히 들어와 내인생의 커다란 부분을 차지하고 있었다.
그놈이 떠난 빈자리가 너무 크다.
누가 대신할수도 없다.
이젠 그놈을 다시는 볼수가 없다.
허망하다.
허전한 마음에 산을 찾는다.
이왕 찾는 산이라면 내고향의 산에들고 싶었고 , 엄마도 보고싶었다.
추동 신작로 옆에 있는 승걸네다.
39번 국도옆에 내고향 마을 표지석이 섯다.
충청남도 공주시 유구읍 덕곡리.
내가 나고 자란 곳이다.
나뿐이 아니라 내조상 대대로 13대째 살고 있는 곳이니 아마도 300여년 가량은 살아왔나 보다.
집안 대대로 구전으로 전하는 소식에 의하면 집안이 당쟁때 역적으로 몰려 이곳으로 숨어 들었단다.
그 진위여부를 알수는 없지만 대략 그당시 시대상황을 보자니 그게 사실일수도 있겠다는 생각은 든다.
내게로 11대조 할아버지께서 이곳으로 들어오실때쯤 시대상황이 서인이 노론과 소론으로 갈라져 서로 죽고 죽이는 당쟁을 이어가던 시기였고 , 그 당쟁의 중심에 우리 문중이 깊에 연관되어 있던건 사실이었다.
이 다리를 건넘으로서 내고향에 진입한다.
저뒤로 이따가 지나쳐가야할 걱정봉이 보인다.
공식 명칭은 극정봉으로 금북정맥 상의 봉우리다.
마을 입구 다리에 새겨진 거다.
이걸 유심히 본게 이번이 처음인듯 싶다.
1981년에 세워졌다.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다.
이 다리를 놓고 준공식을 할때의 기억이 머릿속에 남아있다.
이 다리가 생기기 전의 기억도 난다.
때론 징검다리로 , 때론 섶다리로.........
큰비가 오고나면 매번 새로 만들어진 다리를 건너야만 했다.
시공자가 명신기업으로 되있는데 그 대표자인 오명환이란 분도 아는 분이다.
시의원인가를 했었다.
유구천의 물길이다.
이쪽은 상류쪽이다.
멀리로 금북정맥 각흘고개 근방의 봉수산이 뵌다.
요쪽 밭뒤의 산에 듬으로서 오늘 산행이 시작된다.
산행 시작후 맞는 첫봉우리인 280봉 이다
덕암초등학교 학생들이 오르는건지 아니면 무두리에 생긴 사계절 캠핑장과 관련이 있는건지 모르겠지만 등로가 반질반질 한게 찾는이가 많은가 보다.
두번째 봉우리에 올랐다.
해발 359m인 붱산 이다.
부엉산 이라고도 부르는데 여기 원주민들은 항시 붱산이라 발음한다.
붱산은 근래 발매가 되어 조망이 좋다.
정동쪽의 금계산 이다.
해발 575m나 되는 산답게 그세가 참으로 웅장하다.
요앞에 계곡옆에 차가 많은곳은 사계절 캠핑장이란 곳이다.
그리고.......
그 맞은편 계곡 건너 야트막한 봉우리에 정현이가 잠들어 있다.
내가 저놈이 묻힌 곳을 이렇게 허망한 심정으로 바라보게 될줄을 어이 짐작이나 했겠는가.
저놈 생각만 하면 가슴이 아리고 , 아프고 , 화가 난다.
어떻게 그렇게 어이없고 , 허망하게 갈수 있느냔 말이다.
그만 두자.........
그렇게 가야만 했던 제놈 심정은 오죽했으랴.
얼마나 어이없고 , 원통했을까.........
너무나 좋은놈을 잃었다.
내 남은생애 저놈같은 놈은 다시는 못만날거 같다.
가엾다.
제발 좋은곳에 가서 좋은이들과 행복하길 바랄 뿐이다.
제발 내세란게 있었으면 좋겠다.
고개를 좌로 약간 틀었다.
왼편 멀리 뵈는건 태화산 이다.
금북정맥상의 봉우리로 갈재 옆에 솟은 산이다.
그 태화산에서 우측으로 길게 뻗은 능선이 무성지맥의 능선이다.
그리고 요앞에 마을은 정현이가 나고 자란 곳이다.
문암 이다.
고개를 좌로 더 틀었다.
날이 뿌연하여 흐릿하긴 하지만 광덕산도 뵌다.
걸어온 길을 돌아봤다.
아까 지나쳐온 280봉이 뵈고 그 우측으론 이따가 올라야할 날머리쪽의 고대촌봉 이다.
그동안 제일봉으로 불러오던 봉우리를 고대촌봉으로 부르는 이유에 대해선 그곳에서 설명할까 한다.
가야할 능선쪽이다.
내고향을 감싸고 있는 봉우리중 최고봉인 걱정봉이 뵈고 , 그 우측으론 예산군 대술면으로 넘는 오지재도 보인다.
그렇게 이어진 산줄기가 금북정맥의 능선이다.
오늘따라 금북정맥이 더 웅장하게 보인다.
고개를 약간 우로 틀었다.
금북정맥서 붱산 줄기가 갈래치는 400봉이 보인다.
정맥꾼들을 통해 붱산이란 명칭이 저산으로 옮겨지고 있다.
이곳 인근의 원주민들은 지금 내가 서있는 봉우리를 전부 붱산으로 알고 있는데 , 언젠가부터 저산에 붱상이란 명칭이 더 자주 쓰이고 있다.
하여 좀 뒤져봤다.
결과는 생각보다 더 심각했다.
애초엔 어느 정맥꾼 한분이 별다른 고증없이 그저 근방의 최고봉에다 갖다 붙였으려니 했다.
헌데 아녔다.
국가기관인 국토지리정보원 공식 지형도에서 저봉을 부엉산으로 표기하고 있었다.
어쩐지 파급 속도가 엄청나다 했더니........
이게 국토지리정보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공식 지형도다.
보다시피 부엉산은 400봉을 가리키고 있다.
어째야 되나.........
붱산에서 내려보는 탑곡리다.
땡겨봤다.
이짝은 붱산에서 내려보는 내고향 덕곡리 머그네미 마을이다.
역시나 땡겨봤다.
오랜만에 찾았더니 소릿절쪽 사면은 이렇듯 발매가 되어 있었다.
소릿절 골짝너머로는 천방산이 뵌다.
드뎌 금북정맥과 만났다.
400봉 이다.
근래 부엉산 이란 이름으로 굳어져 가고있는 봉우리다.
400봉서 보는 천방산쪽.
걱정봉쪽.
걱정봉을 향해가다 한참만에 내려보는 머그네미.
더 정확히는 요 앞쪽은 도랑골 , 그 뒷쪽으로가 머그네미 다.
땡겨본거.
숲이 참 좋다.
오지재에 내려섰다.
거기에선 이정표.
이장님 전화번호도 있다.
누군지 아는 분이다.
오지재서 라면을 끓여 밥말어 먹는다.
이러면 안되는데 뭔가 연관만 되면 자꾸 그 새끼 생각이 떠오른다.
그 놈이랑도 이것저것 참 많이도 해먹었었는데...........
삼겹살도 숱히 궈먹고 , 옻닭도 해먹고 , 옻개도 해먹고 , 어죽도 쒀먹고 , 라면에다 김치찌개에다 볶음밥에다..........
내가 해주는건 언제고 그리 맛있게 잘먹곤 했었는데........
돌아보니 작년 추석 지나고 문암 개울가 원두막 옆댕이서 삼겹살 궈먹은게 마지막 이었던거 같다.
이제 다시는 그새끼랑 그런 시간을 가질수 없단다.
참내.........
오지재 표지판 이다.
2008년 2월에 금북정맥 완주 기념으로 내가 제작해다 달아 놓은 거다.
벌써 6년차에 접어 든다.
발이 달렸는지 자리가 자꾸 바뀐다.
예산군 대술면 이티리 배티마을.
예산군 대술면 이티리 당거리 마을.
땡겨본 당거리 마을.
돌아본 능선.
천방산이 저만큼이나 멀어져 있다.
걱정봉 정상.
설때 올랐으니 3주만에 다시 올랐나 보다.
표지판.
참낭구 숲이 기멕히게 좋다.
요기서 금북정맥과 헤어진다.
좌로 간다.
능선을 타고 구당골 뒷편까지 내려섰는데 요런게 달렸다.
도대체 누가 왜 여길 댕겨간걸까?
정맥에서도 한참을 벗어난 곳인데........
여기가 내가 명명한 삼형제봉중 가운데 위치하면서 가장 높은 제일봉 이다.
근데 거기에 요런게 붙었다.
'고대촌봉'
이쪽산 일대에 고씨네 묘가 있어 고대촌이라 부른다는건 알고 있었다.
헌데 이산에 고대촌봉이란 산명을 붙이는게 합당한건진 모르겠다.
한현우란 분은 무슨 근거로 여기에 고대촌봉이란 표지기를 달았을까?
혹시 국토지리정보원에 그리 표기돼 있나?
하여 뒤져봤다.
국토지리정보원 사이트에서 제공하는 지형도다.
근데 전혀 쌩뚱맞은 산명이 나온다.
생전 듣도보도 못한 '국정봉' 이란다.
극정봉에 짝퉁인가?
위치도 309봉이 아니라 삼형제봉중 두번째 높은 봉우리를 나타내고 있다.
개판이다.
이거는 국토지리정보원에서 제공하는 지형도가 얼마나 개판인가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예다.
덕암초등학교 동편의 유구천 너머까지도 덕곡리라 표기하고 있다.
상황이 이럴진데 이름 뺏긴 부엉산이나 듣보잡인 산명을 얻은 국정봉이나 그 신빙성을 의심받지 않을수 있겠는가?
하여 나도 이제부터는 이봉을 개판인 지형도에서 제시하는 명칭 보다는 , 나름의 유래를 가진 '고대촌봉'으로 부르려 한다.
고대촌봉에서 바라뵈는 추계리 벌뜸과 , 신달리 달월 이다.
땡겨봤다.
고대촌봉과 삼형제봉중 마지막 봉 사이에서 바라보는 내고향 덕곡리다.
오늘 걸은 산줄기가 한눈에 들어온다.
땡겨봤다.
몇해전에 왔을때보다 나무가 많이 컸는데 뭔나문지 모르겠다.
풍등이라 하던가?
암튼 불붙여서 날리는거........
그게 여기 떨어져 있다.
아마도 덕암초등학교에서 날린게 여까지 날아와서 떨어진 모양이다.
남쪽 조망.
입석리 뒷산인 태봉산이 뵌다.
한참만에 돌아본 고대촌봉.
막판에 길을 잘못들어 골로 떨어졌다.
그리곤 목표로 했던 곳에 도착했다.
아까 산행을 시작했던 들머리가 보이고 , 오늘 산행의 첫번째 봉우리인 280봉이 보인다.
저봉의 고도도 의문이다.
발해에서 발행한 지형도엔 280봉 이고 , 아까 국토지리 정보원 지형도에는 300m가 넘는걸로 표기돼 있다.
나중에 확인해 봐야겠다.
추계리 쪽의 법화산.
추동과 금계산.
오늘 내가 직접 돌아본 산줄기들이 모은 물은 여기로 흘러 유구천에 합류한다.
원점 회귀해서 바라보는 덕곡리 입구께.
해가 막 지기 시작하는 고대촌봉.
잠깐 유구에 나왔다.
맛있는거 사서 엄마한테 갈라고..........
다시 덕곡리에 들왔다.
엄마가 차려주는 저녁밥을 맛있게 먹고 다시 내 사는 곳으로 돌아간다.
사람은 누구나 자신이 태어난 고향쪽으로 항시 머리를 향하게 마련인가 보다.
나도 자꾸 이곳이 땡긴다.
여건만 된다면 다시 들와 살고픈 곳이기도 하다.
그렇게 될지 어떨진 모르겠지만 한시도 이곳을 잊어본 적이 없다.
고향이 좋다.
오늘 걸은 궤적 이다.
총도상거리 8.8km , 총소요시간 4시간 38분이 걸렸다.
시간당 속도는 2.23km 란다.
GPS가 고장나는 바람에 나들이란 어플을 설치해서 써봤는데 생각보다 무쟈게 좋다.
어떤면에선 전용 GPS보다 더 좋은거 같다.
다만 비행모드에서도 배터리가 채 4시간을 버티지 못했고 , 자주 들여다 보기 불편하단 점만 빼면 꽤나 훌륭한 어플임에 틀림없지 싶다.
앞으로 좀 더 써보고 익혀봐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