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맥 따라가기

금북정맥 스물일곱번째(도루개 사거리서 안흥진 까지)

산살사 2008. 5. 29. 16:48

2008년 2월 17일

 

금북정맥 스믈여섯번째

지난번 마루금을 잃고 돌아섰던 도루개 사거리에 이른다.

많은 선답자들이 우측의 마루금보단 비포장 도로를 따라 쉰재까지 진행한걸로 기록하고 있길래 나또한 선답자들을 따라 비포장 도로를 따른다.

다만 난 선답자들보다 한술 더뜬다.

컴컴한 새벽을 핑계삼아 약 2km 가량을 도보가 아닌 차로 이동한 것이다.

요령을 펴도 꽤나 핀거 같다.

여까지 오는동안 고의적으론 단 한번도 요령을 피거나 빼먹은 구간은 없는거 같은데 아마도 마지막 구간이라 나도 모르는새 마음이 헤이해진 모양이다.

허나 이정도야 뭐 애교로 봐주겄지.........

 

장재에서 안흥항까지

금북정맥 장재에서 안흥항까지

 

장재-마금리-매봉산-밤고개-남산-후동고개-근흥초료-용새골-장승고개-죽림고개-지령산-갈음이고개-갈음이해수욕장-안흥진방파제-신진대교

 

안흥항에서 4시20분발 태안행 시내버스를 타고 수룡리에서 만리포행 시내버스로 갈아타고 차회수.

 

사랑한다.

사랑한다.

 

강은아!

 

윤식아!

 

그리고 우리 막둥이 건식아!

 

난 너희들땜에 살고 또 너희들을 위해 산다.

 

언제까지나..........

 

축 금북정맥 완주

오늘로서 총거리 270km 금북정맥 전구간을 완주했다.

 

안흥항 앞바다가 결국은 내눈에 들어왔다.

그때의 그감격 아마 평생 갖고 갈거 같다.

나란 존재에 대해 다시금 돌아보는 계기가 됐고 어찌보면 무의미 할수도 있는 내삶에 새로운 활력소가 된거 같기도 하고 무언가 목표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는 존재감도 찾은거 같다.

그동안 어렵게 왔다.

그리고 외롭게 왔다.

또 앞으로도 외롭게 갈거 같다.

 

많은 선답자들은 안흥항에 내려서는 그순간 완주기념 프랭카드에 축하의 꽃다발과 완주기념패에 그리고 근사한 축하연까지 마련되어 제법 떠들썩한 모양이지만 난 기념사진 한장 박아줄이 없다.

 

초라하나마 갈음이해수욕장 백사장위에 나만의 일회용 프랭카드를 그려본다.

 

그리곤 혼저 쓸쓸히 안흥항 방파재를 걷는다.

이젠 어디로 가나.........

 

근흥막걸리

근흥막걸리

 

그래도 명색이 1대간 9정맥중에 하날 완주했는데 축하연 정도는 있어야 될거 아닌가......

내사랑하는 가족들과 조촐하게나마 축하연을 갖는다.

축하연에 어울리는 음식으로 내가 선택한게 근흥막걸리다.

막걸리하면 의례 포천 이동막걸리가 알려져 있지만 언젠가 인터넷 언론을 통해 태안의 근흥막걸리에 대한 명성을 익히 알고 있었던 터라 일부러 몇군데를 들러 기어이 근흥막걸리를 구한다.

 

마셔본 소감?

 

글쎄나.......

타지역 막걸리보다 더 진하고 텁텁한게 옛날 주전자에 한되씩 담아 팔던 맛에 근접한 훌륭한 술임엔 틀림없다.

허나 내 입맛이 타지역 막걸리 맛에 길들여여 있는건지 내 입맛엔 포천 조껍데기막걸리엔 못미친다.

 

갈음이해수욕장

갈음이해수욕장 그리고 금북정맥의 마지막 봉우리.

 

금북정맥이 마지막 사력을 다해 맺은 두개의 봉우리 사이에 작고 아담한 갈음이해수욕장이 자리한다.

마루금은 백사장 위로 아슬아슬하게 맥을 살려 마지막 봉우리를 넘고 안흥항을 바라보며 맥을 다한다.

 

살을 에이는듯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걸어본 갈음이해수욕장의 백사장에는 아직도 기름유출 사고의 흔적이 미세하게 남아 있는듯 하다.

어지간하면 금년 여름엔 일부러라도 이곳을 찾으려 한다.

 

안흥항과 신진도

금북정맥 종주길을 돌아보다.

 

2006년 7월에 칠장산을 처음 찾았고 , 2008년 2월에 안흥항의 바닷바람을 맞았으니 완주까지 1년반 이상이 걸렸고 , 총 찾은 횟수도 꼭 스믈여섯번이니 선답자들에 비해 참 많이도 찾았다.

사실 어찌보면 많은 선답자들이 한구간으로 잡는 칠장산부터 배티고개 까지를 난 무려 다섯번만에 마칠만큼 초반 진행이 더뎠으니 저 정도야  무리도 아니다 싶다.

 

1대간 9정맥을 완주했다는 한 선답자의 산행기를 보니 종주거리 1km당 일만원 가량의 비용이 들었다고 한다.

대충 따져봐도 3천만원이 넘는 돈이다.

나같은 경우 밥한끼 사먹은적 없고 , 숙박한번 한적이 없으니 저 선답자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오로지 교통비만 따져봐도 근 50여만원이 넘는다.

결코 적은돈은 아니지만 내 하고픈 일에 쓰는건데 이정도 쯤이야 기꺼이.......

 

안흥항 방파제

안흥항 , 신진대교 그리고 햇살이 부서지는 서해바다.

 

일반 명산산행에 비해 정맥 종주산행에 좋은점이 한가지 있다.

어떤 선답자가 이런말을 한적이 있다.

정맥꾼은 별도로 역사공부를 할 필요가 없다고.......

맞는 말이라곤 할수 없지만 일리는 있는 말이다.

금북정맥만 하더라도 다양한 문화와 역사 그리고 다양한 인물을 접할수가 있다.

 

하도 많으니 간단히 인물만 뽑아보자.

 

칠장사엔 후고구려의 궁예 , 의적 임꺽정  , 인목대비와  왜놈장수 가등청정을 접한다.

서운산에 오르면 임란때 의병장 홍계남을 접하고 ,

위례산에 오르면 백제의 시조 온조왕을 접하고 ,

성거산에 오르면 천주교 순교자들을 접하고 ,

태조봉을 오르면 고려 태조 왕건을 접하고 ,

고려산에 오르면 백제의 부흥군과 황건적을 접하고 ,

차령고개에 이르면 의적 안수를 접하고 ,

생미고개에 이르면 애국지사 김동하를 접하고 ,

꽃조개고개에 이르면 만해 한용운을 접하고 ,

하고개에 이르면 병오의병을 접하고 ,

덕숭산에 오르면 이응노 화백을 접하고 ,

가야산에 오르면 남연군과 흥선대원군을 접하고 ,

서산목장엔 김종필도 있다.

김종필은 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