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산봉우리 오르기

태봉산 여섯번째(내 사랑하는 사람과 내 두살점들과)

산살사 2010. 3. 6. 23:32

오랜만에 혼자만의 산행을 계획 했었다.

왠지 이 시점에서 꼭 한번은 그래보고 싶었다.

칠갑지맥 남은 구간을 밟을 기대어 젖어 만반의 준비를 갖췄지만 결국은 계획을 접고 말았다.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 때문이다.

비에 젖은 몰골로 대중교통을 타고 차를 회수할 생각을 하니 차마 발길이 내딛어 지지가 않더라.

하여 또다시 오랜만에 가족산행을 했다.

가급적이면 사람들의 발길이 드문곳서 한적한 산행을 하고 싶었다.

하여 찾아간 곳이 태봉산 이다.

가족들과 더불어 한갓진 산행을 하기엔 그만인 곳이다.

 

오늘의 산행깃점 쌍령고개 다.

예전엔 안보이던 고갯길 팻말이 붙었다.

인근의 차령고개가 공식적인 관로였다면 , 인제원 고개를 통해 여기 쌍령고개를 넘는길은 샛길로 쓰였단다.

관로를 떳떳히 넘을수 없는 분들이 주로 이용했던 길이란다.

아무튼 어느분인지 모르겠지만 내고장의 옛길 쌍령고개를 알리는 팻말을 붙인건 정말 잘한거 같다.

 

애초에 오르고져 했던 길은 많이 변했다.

주변의 나무들도 간벌이 된데다가 땅이 질퍽거려 도저히 오를 엄두가 나질 않는다.

 

하여 이곳 폭포가 있는 골짜기로 우회키로 했다. 

 

물론 길은 좀 험하다.

그래도 애들하고 오르는데 큰 무리는 없었다. 

 

다시만난 제단. 

 

바위에 古城이라 씌여져 있는데 아무래도 지난번엔 없었던거 같은데........

여기가 옛성터 라고? 

 

이것 역시나 지난번에 봤던 제단인데 여기도 뭔가가 달라 보인다.

 

이건 지난해 8월에 왔다가 찍었던 사진인데 분명 윗사진관 다르다.

이땐 초도 없었고 , 소주병도 , 막걸리병도 없었다.

그러니까 아직도 누군가 이곳을 활용하고 있다는 거다. 

 

뒤를 돌아보니 무학산이 우리를 내려보고 있다. 

 

다시만난 해발 400m 이상의 산중턱에 펼쳐진 평평한 땅.

볼수록 묘한 곳이다.

 

정상을 향해 힘겹게 발걸음들을 내딛고 있는 내 가족들.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산맛을 보여주려 애를 써보지만 쉽지 않다.

그때가 오면 둘이서 손잡고 같이 산을 찾고 싶은데.......

오늘은 그 맛을 좀 알았으려나....... 

 

묵은 영지버섯도 뵈고.......

 

9개월전에 걸어뒀던 표지기.

 

태봉산의 정상으로 추정되는 곳.

 

정상을 찍고 다시 내려가는 길이다. 

 

가족들과 함께 산에 드니 참 좋다. 

 

대나무가 둘러쳐진 한쪽에 저녁상을 차렸다.

 

누름밥. 

 

사태고기를 넣고 끓인 김치찌개.

 

너구리 한마리.

 

돼지고기 볶음.

 

쌀을 앉혀놓고 가족들을 위한 볼거리를 준비했다.

장대높이 뛰기 다.

 

요 장면서 가족들의 박수갈채를 받았다.  

 

자 이제 먹을것도 다먹고 , 이벤트도 끝났으니 그만 가자. 

아이들은 뭐가 그리 신나는지 말떨어지기가 무섭게 저리 뛴다.

 

덕분에 우리 둘이서 오랜만에 팔짱도 껴보고 호젓한 산길서 데이트도 해본다.

행복 뭐 별거 아닌거 같다.

오늘의 이 시간이 곧 행복일 게다.

 

쌍령고개에 다다라 아쉬운듯 태봉산을 또한번 바라봤다.

다 잘 될거다.

산이 날 지켜 줄거다.

 

요건 엊그제 해먹었던 음식이다.

쭈꾸미 샤브샤브 다.

 

야채와 버섯이 어우러진 육수에 데쳐서도 먹고 ,  날로도 먹는다.

애들과 난 날로 먹는걸 더 좋아하고 , 내 사랑하는 사람은 데쳐먹는걸 더 좋아한다.

암튼 이랬거나 저랬거나 참 맛있다.

 

먹물 칼국수 까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