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따거나 캐는산행

마캐러.......

산살사 2009. 10. 18. 21:11

고향서 고구마를 캐고 집에 왔더니 시간이 약 두어시간 가량 남는다.

부지런히 움직이면 광덕산서 막걸리 한잔 하고 올수있는 충분한 시간이다. 

애초엔 그렇게 생각했다.

헌데 아까본 마가 자꾸 땡긴다.

잠시 고민을 하다 연장을 챙겨 인근의 산을 찾는다. 

 

목천읍 덕전리 마점마을서 보는 흑성산.

 

이게 마줄기다.

전문용어론 '마단' 이라 한다. 

초보자들도 마를 캘수 있는 유일한 시기가 요때쯤 일게다.

보다시피 단풍이 들어 쉽게 눈에 띄기 때문이다.

허나 여기서 시간이 조금만 더 흐르면 저 마잎은 떨어지고 , 마단은 마디마디 끊어져 버릴거다.

끊어진 마단은 여기저기 나뒹굴며 더더욱 흩어져 버릴거고.........

마디마디 끊어진 마단을 이어가며 마가 박힌 곳을 찾아내는 작업을 전문용어로 '마단을 꼰는다' 라고 한다.

'꼽는다'가 맞는지 아니면 '꽂는다'가 맞는지 그도 아니면 '꼰는다'가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꼰는다' 라고 발음한다.

그만큼 마단을 꼰는 작업은 숙련을 요하는 작업이며 , 저 마단을 잘 꼰어야 전문마쟁이 소릴 들을수 있을게다.

그런면에서 난 스스로 중수 정도는 되지 않을까 싶다.

어쨌든 꼰긴 꼰으니께.

 

자 이젠 연장들을 한번 보자.

우선 미니삽.

철물점서 사다가 자루를 나무에서 쇠로 바꿨다.

나무는 약해서 쉽게 부러진다.

다음 마창.

마를 캘때 쓰는 꼬챙이를 마창이라 한다.

저것도 내가 직접 만든거다.

그리고 낫이 있어야 된다.

낫은 마를 캘때 나무뿌리등을 제거하는 용도로 쓰인다.

 

첫번째 마를 캤다.

 

이거다.

참 잘다.

 

이거는 마 세개가 한곳에 뭉쳐 있다.

허나 얘역시 가늘고 길다.

이것처럼 마가 가늘고 길으면 양도 얼마 안될뿐더러 캐기가 참 힘들다.

마는 그저 굵고 짧은게 장땡이다.

 

이 사진을 보고 한가지 짚고 넘어가자.

언젠가도 한번 언급이 된거 같은데 마는 해마다 뿌리를 새로 내린다.

윗사진에서 밝은 계열의 마가 올해 새로내린 뿌리고 , 검은색 계열의 마가 묵은 뿌리다.

그러니까 저 묵은뿌리는 이제 썩어 문드러질 일만 남았다는 거다.

그런데도 오년묵은 마는 얼마고 , 십년묵은 마는 또 얼마라며 장사를 하는 분들이 계시다.

그런거에 속지 말란 얘기다.

그런마는 있을수가 없다.

마는 아무리 커도 일년생일 뿐이다.

 

암튼 그렇게 간혹가다 마같지도 않은 마 몇뿌리 캐며 고랑을 오르다 보니 이곳이 나온다.

'태조산도선사'

 

도선사를 깃점으로 다시 돌아나오며 보는 마점마을 골짜기.

 

이놈도 길기만 할뿐 굵지가 않으니 캐느라 애만 먹고.........

 

이놈은 굵기는 한거 같은데 왜이리 무질서 하게 자랐는지.........

 

캐보니 이따구로 생겼다.

돌틈을 파고 드느라 뿌리가 여러개로 갈래쳤다.

이런것도 캐기만 힘들뿐 별내용 읎다.

 

요놈은 뿌럭지 끝이 하얀걸 보니 막 크는 중인거 같고.........

 

벌써 누군가 마를 캐간 구뎅이가 보인다.

구뎅이를 보아하니 전문마쟁이의 솜씬거 같다.

전문가가 캔 마구뎅이는 저리 좁고 깊다.

반면 초보자가 캔 마구뎅이는 넓으면서 깊고........

전문가는 마창을 많이쓰고 , 초보자는 삽을 많이써서 그런거 같다.

그런면에서 난 역시나 중간쯤 되는듯 하고.........

 

한참을 그리 숲을 헤짚고 댕기다 보니 직감적으로 발밑에 뭔가가 있음이 느껴진다. 

 

마창으로 푹 찔러봤다. 

뭔가 보이나?

 

들어봤다.

이젠 보이나?

덫이다.

우리동네선 저걸 '차귀' 라고 하는데 암튼 고라니를 잡기 위한거 같다.

그나마 촌놈이라 감이라도 느껴서 눈치를 챘지 여차하면 큰일날뻔 했다.

 

마는 이렇게 감자 까는 칼로 깍으면 잘 깍인다.

이 마는 끈적끈적하고 느물느물한 액체를 품고 있는데 저게 '뮤신' 이라는 성분 이란다.

암튼 몸에 좋은거란다.

헌데 저 액체로 인해 느끼하고 느물느물하여 날것으로 먹기엔 솔직히 비위 상했다.

 

깐마는 이렇게 우유와 함께 믹서기에 간다.

그동안 이 마를 가지고 갖가지 방법으로 요리를 해봤는데 다들 마땅치가 않았다.

튀겨도 보고 , 무쳐도 보고 , 쪄도 보고 , 전으로 부쳐도 보고 , 닭백숙에 넣어도 보고 , 김치찜에도 넣어보고...........

식감이 물러 씹히는 맛도 없을뿐더러 , 느물느물 하기만 할뿐 어디 한군데 어울리는 곳이 없었다.

그나마 이렇게 우유나 요구르트 혹은 두유와 함께 갈아서 먹거나 혹은 구워서 먹는게 가장 낳았다.

특히나 삼겹살 굴때 납작하게 썰어선 한쪽에 같이 궈먹으면 괜찮다.

 

 

이렇게 우유와 함께 갈아먹으면 고소한맛이 나는게 괜찮다.

 

다만 빨리 마셔야 된다.

시간이 좀 지나면 느물느물한 농도가 진해져 도저히 비위상해 먹을수가 없더라.

암튼 몸에 좋은진 모르겠으나 먹기엔 참으로 성가신 음식이다.

 

이건 엄나무다.

닭백숙 할때 넣으려고 몇개 꺽어왔다.

이게 들어가면 닭비린내가 말끔히 사라지고 , 멀국이 맑으스름 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