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정맥 따라가기

한남금북정맥 일곱번째(살티재서 작은구티까지)

산살사 2008. 5. 29. 23:19
 
 

언      제?   2008년 5월 4일 일요일

누  구 랑?   나혼저

어      딜?   추정리-살티-604봉-새터고개-쌍암재-대안리고개-벼제고개-구봉산-시루산-작은구티

도상거리?   18.1km (+1.7km 추정리서 살티까지)

소요시간?   10시간 20분 (+42분 추정리서 살티까지)

비      용?   택시비 25,000원 (작은구티서 추정리까지)

차량 이동경로 : 내집-병천-오창-청주-추정리(왕복 120km)

 

그동안 많은 산행을 해왔지만 오늘처럼 힘든 산행은 처음 이었던거 같다.

체력이 완전히 고갈되어 작은구티전 400m급 연봉들을 오르내릴땐 스틱에 몸을 기대다시피 진행을 했고 , 멀미를 하듯이 속은 미식거리고 뭔가가 넘어올듯 하다.

산은 적당히 즐길만큼만 찾으려 했는데 어쨌거나 오늘은 무리한 산행이 되고 말았다.

사실 오늘은 출발전부터 몸상태가 좋진 못했다.

그제와 어제 연이어 피로가 쌓인데다 어젠 산행 전날이면 잠들지 못하는 고질병이 도져 거의 잠을 자지 못했다.

 

이번 구간을 돌이켜 보면 수많은 잔봉들의 오르내림이 결코 만만치 않은 구간이다.

473봉 오름길도 그랬고 , 구봉산 오름길도 상당한 고도차를 극복해야 한다.

또한 체력이 완전히 고갈된 상태에서 올라야 하는 475봉을 올려다볼땐 백두산인들 저보다 더 높을까 싶다.

오르면 내려서고 내려서면 또 올라서고 한참을 올랐다 내렸다를 반복하는 수많은 봉우리들에 완전히 녹초가 된 정말 힘겨운 구간을 마쳤다.

돌이켜보면 그만큼 경치도 아름다웠고 전망도 좋았던 구간이었던거 같은데 체력이 받쳐주지 못하니 경치고 나부랭이고 눈에 들어오지도 않는다.

그저 언제 끝나나 하는 마음 뿐이다.

이건 산을 즐긴게 아니라 육체적 정신적 피로만 더 얻어 온 꼴이 되고 말았다.

산은 언제나 그자리에 있고 오늘 못오르면 다음주에 또 오르면 되는것을 왜 중간에 탈출하지 못했는지.......

앞으론 즐기는 산행을 하고저 한다. 

지도상으로도 이번구간 거리가 그다지 길지 않음이 보인다.

그럼에도 그 고생을 했으니........

 

살티 오름길.

저기 어디쯤에서 속이 안좋아 산에 거름을 주고 있는데 왠 등산객 하나가 쑥 지나간다. 이곳을 오르는건 정맥꾼이 분명할진데 볼일보다 말고 아는체를 할수가 없어 �던거 마저 �고 열심히 �는다. �고보니 정맥꾼은 아니고 그저 주말이면 이근방 산을 찾는단다.

 

살티.

결과적으로 지난번엔 살티를 채 못미쳐 하산을 한게된다.

 

살티서 이걸로 지름칠을 하고 출발을 하려는데 막걸리맛이 씁쓸하기만 할뿐 맛이 영 아니다 첨엔 내 입맛이 쓴가 했는데 점심 식사후 또 마셔봐도 역시나 쓰다. 결국은 버렸다. 유명지역 상표만 붙였지 내생전 이렇게 맛대가리 없는 막걸리는 첨이다.

 

분홍철쭉. 막마지다. 이쁘다.

 

법주리쯤 되는거 같다. 전망이 제법 좋다.

 

철쭉 터널. 

실제로는 참 멋있는 곳인데 사진이 제대로 표현을 못하네......

 

새터고개.

 

토지지신.

시제 지낼때 산신께 제를 올리는 제단인거 같다.

 

새터고개를 지나면서 정맥 우측으로.......

 

고추심는 농부들.

농사중에 담배농사 다음으로 어려운게 고추농사 라는데.......

얼마전까지 우리 시골도 고추농사를 져봤기 때문에 고추농사의 어려움을 안다.

고추를 심는건 이제 시작일뿐 다음엔 말뚝도 박어야지 , 줄도 뗘야지 , 약도 줘야지 , 여름내내 따야지 , 딴거 쪄야지 , 찐거 널어야지 , 내다 팔아야지 , 농사가 끝나면 고추대 뽑아야지 그리고 비닐도 걷어야지.........

해도해도 끝이 없는게 농삿일 이란다.

 

으름꽃.

그러고보니 이 으름을 맛본지가 몇해전인가 모르겠다.

어릴적엔 요긴한 간식거리중 하나였는데......

올가을 이놈들이 벌어질때쯤 이곳을 지나는 산꾼들은 호강 좀 하겠다.

 

저 숱한 밭두둑을 보니 내 가슴이 다 답답하다.

 

뒤돌아본 정맥길.

저멀리 꿈틀꿈틀 기어가는 능선이 내가 지나온 능선이다.

사람의 두발이란 은근히 대단하단 생각이 든다. 

어쨌든 바쁜 농사철에 정맥을 타자니 농부들께 죄송하여 이런곳은 얼른 지나간다.

 

표지기 전시장.

갈수록 못보던 표지기들이 늘어간다.

 

금적지맥 분기점.

여기쯤서부터 갑자기 몸이 깔아지기 시작한다.

 

제단처럼 보인다.

 

대안리고개.

 

쌍암재.

저 도로를 건너자마자 남양주에서 왔다는 정맥꾼 한분이 점심식사를 하고 있다.

혼자하는 식사가 푸짐하다.

 

여기가 국사봉서 바라본 시루산 이던가?

이때쯤엔 완전히 제정신이 아니었던듯 기억도 가물가물 하다.

지금 사진으로만 봐도 이구간 경치가 끝내준거 같은데 당시엔 눈에 뵈도 않았다.

 

그려 . 여기가 시루봉 오르기전 채석장이다.

지금 사진을 찍고 있는 등로 바로 밑으로도 채석장 절벽이기 때문에 야간산행 하시는 분들은 각별히 주의해야 될 듯하다.

복구는 그만두고 안전장치나 좀 하던지 하지.......

여기 바로 직전에서 구티에서 출발했다는 부부산꾼을 또 뵌다.

 

돌탑봉.

여기서 중치리로 탈출할까를 잠시 망설였었다.

할껄.......

식수가 바닥난지는 이미 오래전이다.

여기서 내려섰어야 했다.

 

어딘지도 모르겠다.

있길래 그냥 찍었다.

 

그 와중에도 이게 뵌다.

정원에 심으면 은근히 이쁠거 같다.

 

지옥과도 같았던 지나온 마루금을 뒤돌아 본다.

이땐 이미 속이 울렁대고 금방이라도 넘어올것만 같던 상태였다.

2시경에 식수가 바닥났으니 근 4시간여를 물한모금도 못했다.

여기서도 한참을 더 가야 작은구티가 나온다.

 

저기 멀리 아스라히 보이는게 구봉산이지 시루산인지 모르겠다.

암튼 저기에 금은보화가 있다해도 다시는 못가겠다.

여기쯤서 왜그리 시원한 코카콜라 한캔과 수박바 생각이 나던지........ 

결국은 추정리 마을 구판장에 와서 콜라 한캔과 아쉬운대로 비비빅 하나로 소원풀이를 했다.

 

드디어 작은구티다.

얼마나 보고 싶었던 고개인지......

 

산외면쪽으로 터벅터벅 걷다보니 저밑으로 계곡 웅덩이가 보인다.

앞뒤 볼거없이 무조건 내려서선 계곡물을 벌컥벌컥 마신다.

신나게 마시고나니 계곡물 상태가 과히 좋진 않다.

아무렴 어떤가?

이젠 살거 같은걸......

급한대로 갈증을 풀고 길옆 풀밭에 앉으니 왜그리 내모습이 처량한지 모르겠다.

도대체 무엇을 얻고저 이러고 댕기는건지........

 

내집에 거의 다다르니 추적추적 비가 내린다.

참으로 힘겨웠던 산행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이다.

 

오는길에 내 사랑하는 사람에게 오늘 고생한걸 얘기하고 시원한게 먹고 싶다했더니 이렇게 냉면을 준비해 놨다.

얼마나 맛이 좋던지 저 한그릇을 다 비우고 저만큼을 또 먹었다.

든든한 배를 두드리며 소파에 앉아 TV를 보는데 이세상에 내집보다 편한곳은 없는거 같고 , 내가족보다 소중한 존재는 없는듯 하다.

사랑한다. 내아내. 그리고 내 두 살점들아........